소금의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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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 소금달, 23년 3월, 조회 26

그 일이 발생했을 때, 나는 시골에 부모님을 뵈러 가느라 운전중이었다. 라디오로 짧게 전해지는 사고 소식은 오보로 가득했던 터라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알게 되기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처음 호러의 형식을 빌려 시작하는 이 소설은 익히 잘 알려진 ‘그 사건’을 소재로 한다.

그때의 혼란과 좌절,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그 사건은 인명 피해뿐 아니라 그 뒤에 이어진 너저분한 공방들로 더 많은 상처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비극을 발견하고 자기 입맛에 맞게 가공, 변형해 무기처럼 써먹은 이들. 덧씌워지는 정치색과 프레임. 단식투쟁하는 이들 앞에서 폭식투쟁을 하는 이들. 목놓아 오열하는 부모 옆에서 낳아 버린 후 한번도 찾지 않던 자녀의 보험금을 찾아간 친모. 시체팔이 운운하며 태극기를 흔드는 이들. 내가 직접 겪은 것이 아님에도 그 즘에 일어난 서로를 향한 증오와 폭력, 무공감성 단절은 따갑고 쓰리고 아프다. 무섭다. 아무 죄 없이 그 사고로 무력하게 속절없이 떠난 그 많은 목숨들만으로도 아프고 아픈데, 그 뒤의 일들은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

그리하여 이 사건은 누군가에겐 트라우마가 됐을 것이고 누군가에겐 악몽일 것이며 누군가에겐 아직도 진행중인 상처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잊혀지지 않는 상흔일 것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다.

바다에 잠들었던 연인은 해마다 8월이면 바닷물 특유의 소금기를 품은 짠내를 풍기며 돌아온다. 아니, 실제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잔상을 본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우리가 종종 그 일을 떠올리듯이. 그리하여 오래된 그 상처를 품고, 그 상흔을 어루만지며 슬퍼하듯이.

바닷물에 젖은 옷은 완전히 말라도 허연 소금기가 남는 것처럼, 그 일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상흔을 남길 것이다. 그러나 그 직후에 벌어졌던 너저분한 일들을 생각해보자면, 간간히 그 상흔을 어루만지며 잔상을 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순수한 애도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이, 이 작품이, 참 고맙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