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의 잔상

결코 잊을 수 없는 짭조름하고도 선명한 ‘소금의 잔상’ 감상 브릿G추천

리뷰어: youngeun, 23년 10월, 조회 28

사람이 살아가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사망하게 되면

지상에 대한 애착이 강한 영혼의 경우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나의 일상생활 공간에 남아

나의 가족과 지인, 그리고 인연을 맺었던 이들을 지켜보며 살아간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편히 떠나지 못한 채 나를 지켜보고 있다면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제발 떠나지 말라고 울면서 사정할까.

아님 난 괜찮으니까 이 세상에서의 일은 모두 잊고 편히 쉬라고 말할까.

반대로 내가 영혼이 되어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지켜본다면 그 사람에게 어떤 첫 마디를 건넬 수 있을까.

 

이 작품 속 고등학교 물리 교사는 업무를 마친 뒤 집에 가기 전 본 괴담게시판에서 짧은 글을 보게 된다.

이상한 호기심이 가득 차 문에 다가가 똑, 똑 두들겨 봤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다.

그 순간, 문이 열렸고 동료교사이자 옛 연인이 흥건히 젖은 몸으로 내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수학여행에서 학생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옛 연인과 죽은 애인이 살아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보는 나.

과연 두 사람 사이의 남아있는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구분’ 이다.

회색 바탕 안에 괴담 게시판 글과 날짜 및 시간, 댓글 개수까지 사실적으로 표시해 둔 덕분에

내가 괴담 게시판 속 글을 읽는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나에게 묻는 질문과 답하는 방식, 그리고 다른 글씨체로 마지막 옛 연인이 나에게 전하는 말을

이 작품 속 내용이 더욱 선명하게 이해되고 집중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엔 작품 속 괴담 게시판에 적혀있던

[밖에서 두들기지 않았는데 안에서 먼저 두들기면 ‘들어오세요.’ 라는 뜻이래.] 문구를 보고

단순히 학교에서 펼쳐지는 귀신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나의 예상을 깨기라도 하듯 반전이 숨겨져 있다.

 

그는 자신이 죽은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냐는 질문 3과 생존자 및 희생자 명단.

그걸 마주한 나는 어떠한 마음이 들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구나. 사람들의 행동이 무시가 아니라 날 알아보지 못했구나.’

내가 죽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면서도 넌 살아있어 다행이라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있지 않았을까.

 

지상을 떠나지 못하는 영혼, 이 잔상은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내 남은 삶을 살지 못한 아쉬움과 거대한 그리움으로 만든 결과일까.

아님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지 못한 미련이 만든 결과일까.

살아있는 사람에게 남은 이 잔상은 많은 시간이 흘러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9년 전, 안타까운 사건이 떠오르게 되는 이 작품을 나 또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매년 그 시기만 되면 마음이 울컥하고 그리운, 짭조름하면서도 선명한 소금의 잔상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