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했는데, 꿈이 좌절되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상미는 배우가 되기 위해 서울의 연영과에 진학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무대에 서기는커녕 생계를 유지하고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상미는 남의 연기를 눈으로나마 보고 싶어 하우스 매니저로 취직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결국 번아웃이 온 상미는 퇴사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다. 상미의 퇴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아버지와 갈등이 잦아지자, 상미는 엄마의 오래된 집을 대신 팔고 오라는 말과 함께 안명리로 상미를 보내버린다.
안명리에 내려온 상미는 친구 자영이 만든 독서모임에 가입한다. 귀농해 농사를 짓고 있는 상두, 안명과학대에 재학 중인 종현, 근처 공단에 다니고 있는 지연까지, 안명리와 근처 지방 중소도시 대명시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모여 만든 독서 모임에서 어떤 일이 생길까?
처음엔 상미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읽다보니 상미뿐만 아니라 자영, 지연, 상두, 종현 모두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독서모임 회원 각자는 취업난, 배타적인 시골, 주변인들과의 비교, 불합리한 결혼생활, 진로 등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요즘 청년들의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과장없는 담백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지만 그 너머엔 더 많은 고민이 있다는 걸 모를 수가 없다. 왜냐고? 나도 같은 걱정거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와 등장인물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는 순간 그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던 거리감은 확 줄어든다.
줄어든 거리감 덕택에 남은 이야기도 내 일인 것처럼 울고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안명리 독서모임 회원들이 보여주는 어중간한 모습, 소심한 모습, 방황하는 모습, 막나가는 모습 그 모든 것이 그들이고 곧 나였다. 자신들을 둘러싼 불합리한 주변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고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상미, 상두, 종현, 자영, 지연이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의외로 힘겹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나중에 안명리 독서모임 회원들 모두가 본인이 납득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떠나기를 희망한다.
저마다의 짐을 짊어지고 힘껏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안명리로 놀러와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