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리즈들 중 특히 피를 마시는 새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안데이션 시리즈에 비견할 부분이 많은 작품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는 정신 조작 능력을 가진 존재라든가,
문명이 사라지게 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곳이라든가
미래를 예견하고 그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든가…
등등등 말이죠.
그런 생각을 하며 읽다보니 새 시리즈 자체도 파운데이션 시리즈마냥 인간 문화사에 대한 통찰이 들어있지 않을까하는 망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그 망상의 결과입니다.
새 시리즈에서 ‘지능을 가지고 도구를 만들고 사회를 이루며 언어를 통해 상호 의사 소통이 가능한 무리생활을 하는 존재’들은 총 다섯이 나옵니다. 넷이 아니냐구요? 피를 마시는 새를 아직 다 안읽으셨나보네요. 다 읽으신 뒤 오세요. 신들은 무리 생활하지 않으니 제외됩니다. 오롯히 ‘사람’들만 저런 존재입니다. 코끼리나 딱정벌레, 하늘치, 용 등등은 미묘하게 부족합니다.
네, 이 작품에는 ‘사람’이 나옵니다.
빛의 종족, 레콘, 도깨비, 인간 그리고 나가를 통틀어 이야기할 때 ‘사람’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 중 빛의 종족은 이제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게 잊혀진 존재이니 저희가 두억시니가 아닌 바에야 신경 쓸 일 없으니 그냥 없는 셈치기에 작품에서는 내내 4종족이라고만 나옵니다. 재미있는 트릭이죠.
여튼 사람을 구성하는 다섯 종족은 이 글을 읽는 진짜 인류의 5가지 시대상을 대변하는 존재입니다.
차례대로 보겠습니다.
1. 빛의 종족
두억시니의 예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그들이 있었다는 것만을 알 뿐이지 어떤 말로 소통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작중의 두억시니의 발화는 읽기 즐거운 무언가이지 발화라고 할 수 없는 것이 되어있죠. 갈바마리나 흘러내리는 유해같은 몇몇 예를 제외하고는 말이죠.
그런 빛의 종족은 따라서 선사시대, 더 나아가 구인류를 대변하는 존재입니다. 그들의 생활상의 잔재는 남아있지만 우리가 해석하는 바로만 미루어 알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이죠.
2. 레콘
역사시대의 시작에서부터 화약시대까지의 인류입니다. 네, 냉병기 시대의 인류지요. 따라서 그 속성은 화약과 닮았습니다. 몇몇 예를 제외하고는 폭발적으로 묘사되는 레콘의 힘이나 계명성은 화약의 폭발을, 선천적인 물에대한 공포증은 물에 젖은 화약이 약해지는 것에 대한 유비로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영웅의 시대를 대표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한 왕국의 시조가 될 수 있고, 수많은 영웅담의 주인공이 될 수는 있는 것이죠. 작중에서 묘사되 듯이 ‘엉성한 구조의 사회’를 이룰 때의 인류처럼 말이죠. 그래서 타이모의 시도가 있기 전까지는 레콘만의 국가라는 것은 없었고, 모계 사회의 구성을 띈 신전을 통한 사회의 집합만이 있습니다. 이름만 있고 성도 없고, 사회 산업의 근간은 수렵과 채집이며 이제서야 특정 동물의 가축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코끼리기는 하지만서두요.
3. 도깨비
화약시대 이후 원자력 발명 직후 초장거리 통신 수단의 초기 형태를 발명한 인류입니다. 방사선 화상을 입은 듯한 외양의 묘사에 ‘신과 같은 힘을 구사’한다는 작중 묘사가 원자력을 획득한 시기의 인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회의 구성도 1인 지도자가 있는 집합 사회를 이룹니다. 사회 산업의 근간은 농경이구요. 도깨비의 피에대한 공포는 어째서인가…는 좀더 생각해봐야합니다.
4. 인간
지금 이 글을 읽는 우리입니다. 빛의 종족, 레콘, 도깨비가 과거의 인류라면 이 글 속의 인간은 ‘현재’ 시대를 사는 인류입니다. 그렇기에 판타지인 글 속에서 ‘어디에나 있지만 따라서 어디에도 없는’ 신을 믿는 종족이 되는 것이죠. 사회 구성은 도깨비의 것과 큰 차이가 없어보입니다. 왜냐면 시간 차가 얼마 안나니까요. 하지만 도깨비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시도하고는 있죠. 제국이라든가 제국이라든가 제국 같은 거요.
5. 나가
미래의 인간입니다. 좀 포비아다 싶은 수목애호증이라든가, 이성적이고, 차갑고, 현재 인간은 시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의사소통하고, 의료 행위를 통해 불사에 가까운 능력을 손에 넣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현재의 ‘우리’가 발달한 후의 모습들 중 특정부분을 과장/삭제하면 나가가 나올 것입니다. 네, 아서 할아버지의 ‘충분히 발달한 과학은….’ 드립을 이럴 때 쓰시면 됩니다. 사회 구성이 다시 모계 사회로 돌아간 것 같지만 읽어보면 꽤나 복잡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사회 구성은 각각의 대표 선출되고 그 대표들의 집단 내의 협의를 통한 통치이며 사회 산업은 채집/수렵처럼 보이지만 심장탑 정도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새울 수 있는 그런 capacity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는 당연히 인간이기 때문에 그냥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건 알겠지만 어떻게 한 것인지는 알기가 어렵네요.
~ 마시는 새 시리즈는 여러모로 파읽을 재미가 뿜뿜하는 글들입니다.
쓰다가 귀찮아서 대부분 생략해버렸지만 또 언제 타닥거리고 싶어지면 역시나 동일한 작품을 소재로 또다른 잘못 읽기를 선보여 드리겠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무얼 잘못 읽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