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설 제목인 <며느리의 관문>을 보았을 때 생각한 것은 아주 외딴 지역에 위치한 오래된 가문에서 며느리를 들이는 내용 같은 걸 생각했습니다. 소설을 선택하여 읽을 때 작품정보를 스킵하는 버릇이 좀 있거든요. 그래서 소설의 제목만 보고 옛적의 악습과 폐쇄적인 지역의 기묘한 신앙이 어우러져 애꿎은 신부를 잡는 내용이겠구나 멋대로 상상하면서 소설을 읽어내려갔지요. (그런데 문득 이런 소재도 진부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런 이야기는 어딘가 일본 괴담 같은 구석도 있네요.)
정작 소설에서 그려지는 내용은 뜻밖이었는데,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 자매가 인사를 드리러 간 집안은 외딴 시골에 위치하여 사람을 잡는 가문이 아니라 오히려 잘나가는 재벌 가문에 나름 신 의학 기술에도 투자하던 회사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여기서부터 제가 예상하는 스토리와는 다르게 그러면서도 꽤 예측이 가게 전개됩니다.
보통 공포소설에서 정체와 의도를 알 수 없는 인간들에게 초대를 받은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라면 보통 이 평범한 사람들이 기본적인 상식을 벗어난 인간들의 제물이 되어 그에 희생되거나 탈출하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다만 상식을 벗어나 정상적인 사람들을 제물로 삼는 인간들의 묘사는 소설에 따라 천차만별이고요. 진심 읽으면서 정상이 아니다 싶으면 빨리 도망쳐야 한다는 교훈을 읽을 수 있던 소설이었어요.
소설의 묘사를 본다면 이 재벌 집안이 투자하고 만들어낸 기술은 죽은 사람을 약물 수조 속에 넣어 생활하게 유지시키는 기술로 죽음을 극복하여 영생을 살 수 있는 일종의 SF적인 기술 소재입니다. 제목이 의미하는 며느리의 관문이라는 것은 이 집안에 선택받은 여성이 남자의 가족들이 숨어있는 약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거고요. 소재와 묘사가 생각한 것과 달랐지만 처음 제가 예상했던 기묘한 신앙으로 애꿎은 신부 잡는 집안이라는 예측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셈.
장르 특성 상 소설을 읽어가면 그 결말을 예측할 수 있듯 결과는 끔찍하며 과연 여성이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것인지 아니면 약물 속에서 생존하는 재벌가의 영양분이 된 것인지는 모호하게 처리됩니다. 읽다보면 굳이 저런 선택을 할 바엔 그냥 동생 데리고 뒤도 안돌아보고 탈주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말이죠.
물론 재벌가에다가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탈출이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죠. 결국 언니에 이어 동생까지 저 약물 속에 살고 있는 재벌가의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암울함을 암시하며 끝나는데 문득, 여기서 이 사단을 만들어낸 것이 저 재벌가문 인간들인지 아니면 저 기술을 만들고 재벌가의 유지를 따라 저 일을 실행하는 인간들일지가 굉장히 모호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어느 쪽도 정상은 아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