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설을 보았을 때는 제목을 보고도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습니다. 보통 벗어버린다는 말은 옷을 벗을때 쓰는 말인데 소설의 장르가 공포물이라면 영혼에 빗대어 육체를 옷으로 비유하는 경우도 있으니 혼이 육체를 벗어나는 이야기를 의미하는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소설을 읽기 전에 예상한 것은 인간의 혼과 육체를 다루는 이야기가 아닐까 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소설을 읽어보니 진짜 제목 그대로인 소설이라 충격적이었다고 할까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은 일종의 인류 멸망을 다룬 소설이라 분류할 수도 있는데, 독특하게도 여기서 인간을 멸망시키는 주체는 바이러스도, 좀비도, 외계 괴물도 아닌 바로 옷들입니다.
옷들은 인간들의 역겨움을 견디다 못해 인간들을 공격하고 멸망시키기로 작정하는데 여기서 옷들이 인간들을 멸망시키는 방법은 인간의 몸에 입혀서 인간의 육체를 옷처럼 벗겨버리는 방식입니다. 글로 설명하자니 조금 어려운 느낌이지만 실제로 소설 상에서 인간들은 그런 방식으로 멸망합니다.
다만 소설에서는 옷들이 왜 인간에게 분노하게 되었는지 자세한 과정이나 옷들이 어쩌다 저런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닌, 옷들이 인간을 공격하여 멸망시키고 허망하고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상황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보통 이런 멸망 소재의 공포물에서는 어째서 저런 상황이 발생하였느냐 구구절절 원인을 찾기보다는 상상으로도 하기 힘든 상황이 들이닥쳤을 때 벌어지는 인간들의 혼란이나 공포에 주력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
물론 멸망의 원인을 찾고 그 과정을 묘사하는 것도 흥미진진한 경우도 많긴 하지만 애초에 이 소설 속에서 인간을 공격하는 주체가 옷이기 때문에 어째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설명이나 원인을 추가하려다 보면 억지스러운 설정이 난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과감히 생략하고 옷들이 그저 인간이 맘에 안 들어서 들고일어난 거라 간단히 설명하는 것이 더 깔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원종은 이런 황당한 멸망 사태에서 살아남으려 애쓰지만 다른 인간들, 자기 부인이나 딸 우연히 마주친 생존자 김 씨와 마찬가지로 옷들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원종이 경찰이면서도 권위를 내세워 부인과 딸을 압박하는 폭력 가장이었다는 점을 본다면 옷들이 증오한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인간의 전형이기에 그 결말은 피할 수 없었던 거라 보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생전 자기 행동을 반성했고 비록 옷에게 입힌 상태이긴 하지만 결국 가족과 함께하게 된 것은 조금 억지스러운 해석이긴 하지만 나름 좋은 결말이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
공포소설이지만 동시에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한 흥미로운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