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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크라이 펫, 작가: 추리스릴러 단편선

이곳엔 의문과 반성만 남아있습니다.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리뷰어: Ello, 17년 4월, 조회 135

1.

크라이 펫을 읽고 리뷰를 쓰려고 마음을 먹은 이후 저는 그 동안 저를 거쳐갔던 각종 추리스릴러 소설들을 떠올리며 반성을 했습니다. 이렇게 머리를 쓰며 읽어야 되는 것이었는데, 어쩐지 곱씹는 맛 없이 첫 번째에 소화시켜 버렸던 지난 날의 행동을 작가님들께 사죄하는 마음으로요. 이럴수가.

제가 아는 추리스릴러는 누군가 죽고, 그 것이 타살이었건 자살이었건 그 방법에 대해 밝혀내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음, 색다른 충격이었습니다. 아무도 죽은 사람이 없어요. 더 파고 들어가면 누군가 죽긴 죽었지만 그 죽음으로 인해 사건이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 누군가를 사람으로 봐야할지에 대해서는 배경적인 지식을 들어가며 논의를 해봐야 되는 문제이므로 생략하고 넘어가도록 하죠.)

 

2.

배경은 머지 않은 미래입니다. 안드로이드 로봇이 등장하고, 호버크레프트를 타고 다니며 레이저건이 무기로 쓰이고요. 담배가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고양이 마저도 펫돌이라고 해서 전원 버튼으로 켜고 끌 수 있는 로봇으로 나오는데요. 이건 리뷰와 별개의 이야기지만 저는 이런 시대가 정말로 올거라고 생각하면 숨이 막히네요.

무명 체이서인 주인공을 유명 연예인의 매니저가 찾아온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자신이 매니저를 맡고 있는 케이티 윤이란 아이돌을 닮은 안드로이드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들고 말이죠. 케이티 윤은 안드로이드가 판을 치고 있는 연예계에 인간으로서 최고 정점을 찍은 유일한 아이돌입니다. 그리고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케이티 윤을 닮은 안드로이드는 성매매 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소속사로서는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문제죠. 경찰에 신고해 본격적으로 수사를 한다면 못잡을 것도 없겠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케이티 윤의 순수한 이미지는 가치를 잃을 것이 뻔하기에 체이서를 고용하기로 합니다.

이야기는 충분히 납득 할 수 있는 계기로 시작합니다. 있을 법하고 그럴싸합니다.

하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나 소품의 활용에서 의문이 드는데, 결국 풀리지 않고 끝난 점이 몇가지 있어 아까와 같은 반성을 하게 만드는데요. 이것이 어디까지가 의도된 점이고 어디까지가 잘 풀어내지 못한 점인지를 잡아내기가 어렵네요.

 

3.

주인공은 망막박리를 앓고 있습니다. (개발자님을 갈아만든다는 소문이 있는, 새로운 기능에 따르면 11번째 문단에는 망박박리라고 오타가 나있습니다. 이거 정말 편한 기능이네요. 한문은 ‘망막’이라고 제대로 써있는데 한글이 틀려서 이건 이 배경안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질병인가를 고민했습니다. )

망막박리를 앓고 있고, 운명같은 낙인같은 병이라고 정의했는데 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괴롭습니다.

이 일에서 벗어나기 위한 핑계로 등장한 걸까요?

 

그리고 주인공이 처음에 등장하며 피웠던 담배와 글이 마무리 되며 피는 담배는 아마도 중간 이후 케이티에게 받은 담배인 것 같은데 대체 케이티가 주인공에게 담배를 왜 줬을까요?

담배가 주인공과 케이티를 엮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도 아닌데 말이죠.

 

한 가지 의문점을 더 제시하자면 제목으로 쓰인 크라이 펫이 우는 경우는 두 가지인데, 그래서 고양이가 마지막에 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놓친게 뭘까 다시 읽고 또 읽어 봤지만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추리에서 0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은 성적표라 다시 한 번 반성합니다.

추리에 일가견이 있으신 여러분들이 함께 읽고 고민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는 리뷰이기도 합니다.

 

4.

“이름, 얼굴, 취미, 신체사이즈, 좋아하는 음식, 출연한 광고 목록을 알면…… 그 사람을 아는 건가요?

“말하고 싶은 게 뭐야.”

“아저씨가 안다고 생각하는 케이티는 케이티가 아녜요.”

“그럼 이 여잔 누구지.”

“케이티는 존재하지 않아요. 이 도시 어디에도.”

 

결국은 이 문단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케이티는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존재하지 않죠. 화려한 스크린 속의 생활, 그들은 보여주고 싶은 만큼만 보여 줄 수 있고 누군가는 ‘랜선연애’라고 지칭하는 것처럼 생활 속 남친, 여친 코스프레도 할 수 있죠. 하지만 분명 그게 다는 아닐텐데요.

당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그 반짝이는 사람들을 당신은 과연 알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