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밥이나 한 끼 먹으려는 속셈으로 엄마가 주선한 소개팅에 나간 미영은 황당한 기분이 된다. 상대가 자신의 정체는 ‘오징어’요, 이름은 ‘오진오’로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출신의 외계인이라고 자기소개를 한 덕분이다. 한국어는 한국인의 필독서 『삼국지』를 통해 배웠고 관우에게서 동질감을 느낀다는 이 괴짜에게 질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한 미영은 진지하게 그의 헛소리에 맞장구를 치기 시작한다. 그러자 오진오는 ‘태양계의 평화’를 위해 아주 중대한 사명을 띠고 지구에 온 자신을 선량한 인간인 미영이 도와줘야 한다고 밝히는데.
‘오징어가 오징어 회를 시키는 것은 동족상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밝혀지는 오진오의 비밀(태양계를 붕괴시킬 열쇠)은 미영과 함께 독자의 입도 떡 벌어지게 할 것이다. 스스로는 열쇠를 파괴하지 못해 대업에 동참해 줄 지구인 구원자를 찾아 나선 가련한 오징어의 행보는 지켜보는 이들의 상상력의 한계를 끝도 없이 뛰어넘는다. 최후의 순간까지 작가가 안배한 유머가 폭발하는, 유쾌하고 정신없는 이 단편을 꼭 만나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