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첫째 주 편집부 추천작

쪼개져 있는 단서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는 기담

인간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첫 편을 볼 때만 해도, “산중호걸이라 하는 호랑님의 생일날이 되어” 하는 동요 한 가락이 절로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은 전혀 동요처럼 말랑하지 않다. 작가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이야기들을 능란한 솜씨로 촘촘하게 엮어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으로 구축해 가는데, 그 세계관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호랑이가, 늑대가, 멧돼지가 사람으로 변하여 사람처럼 살아가는 세상이라니, 인간답지 않은 인간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대한 참으로 날카로운 일침 아닌가. 한편 등장인물들을 다루는 작가의 펜촉(혹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길)은 가차 없기 그지없어 매력적인 인물들이 포스를 한가득 풍기며 등장했다가도 한 회 만에 훅 가는 등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간담이 서늘해지기 일쑤다. 권선징악을 딱히 염두에 두지 않은 구성인 탓에 비극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죽음에 집중하지 않는 묘사가 균형을 잘 잡아 감정의 흐름은 냉정하고 건조하며 이야기 자체의 재미에 좀 더 충실한 작품이 되었다.

셰헤라자데만큼이나 입담 좋은 작가는 왕에게 바치는 것이 아닌 아내분에게 줄 생일 선물로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하는데, 30화를 써 두어 30년을 미리 대비해 버린 덕분에 아직 25년이나 여유분이 비축되어 있는 셈이라 이야기의 다음 편이 독자에게 아쉬운 만큼 작가에게 아쉬워 보이지 않아서 몹시 슬프다. 작가의 아내분의 인내심이 부디 그다지 대단치 않기를, 그리하여 아내분께서 1년에 1편이 아니라 12편의 선물을 요구하시기를, 부디 그래서 얼른 다음 이야기가 브릿G에 이어지기만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