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차 편집부 추천작

방방곡곡 꼰대주의보 발령, 인류 최후의 운명을 건 ‘좀상님’과의 사투!

어느 날 복면을 쓴 여성들이 한 종갓집 마당에 들이닥치더니 병풍을 부수고 제사상을 엎으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을 만든다. 유능한 통역사지만 명절마다 불려가 온갖 가사 노동을 해야 하는 종갓집 막내며느리 ‘수진’이 제사 없애기 운동본부의 본부장 ‘한나’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 한나는 호쾌하게 오늘의 임무를 성공한 기념으로 “인류 최후의 전쟁은 제사 없애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외치며 거나하게 뒤풀이를 하는데, 어느새 필름이 끊겨 버리고 만다. 다음 날 숙취에 신음하던 한나는 자신의 집 거실에서 2년 전 돌아가신 시어머니와 마주하고 깜짝 놀라는데, 국에 왜 국물이 있냐며 당연한 것을 물어오는 시어머니의 얼굴엔 눈알이 있던 썩은 자리만 공허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좀비가 되어 나타난 시어머니에게마저 당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한나는 이혼도 했겠다, 왜 이렇게 쩔쩔매나 싶어 시어머니와 제대로 ‘맞장’ 한번 떠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그러던 중, 한나는 수진의 다급한 연락을 받는데…….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은 미지의 현상으로 인해 죽은 조상들이 되살아난다는 아찔한 설정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코믹 SF 호러다. 애초부터 좀비들의 탄생과 전파에 대한 논리가 크게 중요치 않은 설정을 과감하게 선택했기에, 좀비라는 소재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좀상님(좀비+조상님)’들이 되살아난다는 핵심 설정을 중심으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점점 더 수습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며 끊임없이 흥미를 유발하는 구조가 인상적이다. 한국사회에서 중요시하는 예절, 특히 장유유서라는 키워드 하나로 ‘크레센도’로 나아가는 이야기의 대미를 확인해 보시라. 단, 듣는 게 아니라 읽는 잔소리지만 너무 리얼한 탓에 유머를 넘어 가끔 현타가 올 수도 있으니 알아서 조심하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