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어느 날 우리 집에 인어가 나타난다면?

환상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보편의 삶을 감당해 내는 사람들의 분투를 내밀하게 그린 작품 「어느 날, 잔멸치」를 베스트 추천작으로 재선정하였다. 회식 자리에서 어쩌다 집어 들고 온 잔멸치가 다음 날 인어가 되어 나타난 탓에, 꿈도 희망도 미래도 없지만 남다른 비밀을 품고 지내게 된 직장인 여성의 어떤 날들이 애처롭고도 담담하게 펼쳐진다. 모두가 그저 1인분의 밥벌이를 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던가. 하지만 끝 간 데 없이 내몰리며 바닥을 치는 일상의 고됨 속에서도 단단하게 빛나는 이 이야기는 결코 행복을 향한 의지를 놓지 않는다. 어쩌다 주인공에게 당도한 인어라는 존재처럼, 크고 작은 환상은 반드시 우리를 살게 하니까.
삶의 자잘한 구석들까지 섬세하게 건드리며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작가 특유의 사려깊은 시선이 돋보이는 이야기를 꼭 한 번 다시 만나 보시길 권한다.

2019년 8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삶에서 허우적거리던 직장인 여성에게 당도한 고아한 환상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내가 본 거, 그거 인어 맞지?’
아침마다 만원 지하철이 유난히 힘든 소진은 출근 도중에 두어 번은 내려서 쉬는 게 어느덧 익숙한 일과다. 오늘도 어김없이 지하철역 벤치에 앉아 호흡을 진정시키던 그녀는 아침에 집에서 본 ‘그것’의 존재를 떠올린다. 사람의 상반신에 물고기의 하반신을 한, 그러니까 말 그대로 동화 속에서나 보던 인어가 자신의 가습기 물통에서 발견되었던 것. 기억을 되짚어 보니 어제 회식 자리에서 마른안주로 나온 잔멸치를 보고 기이한 연민을 느껴 주머니에 담아 왔던 것 같기도 한데…… 그 멸치가 사실은 인어였던 걸까? 회식을 빙자해 매일같이 송별회를 벌이는 파탄 직전의 부서에 남아 앞날을 헤아려야 하는 처지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신욕조의 인어까지 떠맡게 된 소진은 성별도 고향도 신분도 알 수 없고 심지어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존재에 대한 비밀을 품고 지내게 된다.

환상적인 존재와 운명처럼 조우하게 된 일화로 시작하는 「어느 날, 잔멸치」는 매일 같이 회사에서 생존 퀘스트를 반복하는 동안 체력도 마음도 고갈되어 버린 한 직장인 여성의 이야기를 사려 깊은 시선으로 비추는 작품이다. 누가 내 상태를 알아차리기라도 할까 싶어 전전긍긍 조바심 가득했던 소진에게 인어는 어떤 의미로 찾아든 걸까. 무던한 일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예민하고 불안한 감각이 넘실거리는 이 작품은 읽는 이에게도 너르디너른 감정의 진폭을 전하며 내밀하게 다가온다. 눈앞에 나타났던 인어가 일순의 환상이었는지 어떤 미래의 전조였는지 해석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다 큰 어른에게도 마법이 필요하다는 의미의 연장에서 영화 「유니콘 스토어」가 겹쳐 올랐다. 소위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실패를 거듭하지만 꿋꿋하게 스스로를 믿어 보려 애쓰는 주인공의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하며, 이 작품에 대한 일독의 권유를 갈음해 본다. “자신의 진가를 몰라보는 사람들 때문에 방황하게 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