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차 편집부 추천작

“너희 아빠는 여기 계셔. 이 안에 살아 계셔.”

엄마, 아빠를 죽였어요? 차마 엄마에게 묻지 못한 질문을 가슴에 품고, 윤서는 휴직계를 내고 엄마가 살고 있는 마을로 내려온다. 폭력적이던 아버지가 만취해 귀가하던 길에 발을 헛디뎌 장독대에 머리를 찧고 죽은 뒤, 윤서의 엄마 김순자 여사는 혼자 시골로 내려 와 집을 짓고 살고 있다. 직장에 매일 꽃다발을 보내는 스토커로 인해 그간 정신이 없던 터라, 윤서는 이제야 처음 엄마의 집을 방문한 참이다.

순자와 윤서를 향해 웃는 얼굴로 쾌활하게 인사를 건네던 중년 아줌마들은 윤서가 내려 온 다음 날, 순자의 집에서 모여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는 자리에서 누군가 던진 “윤서 아빠 못 봐서 아쉽네. 안부 전해 줘.”라는 한 마디가 윤서의 주의를 끈다. 순자의 남편이자 윤서의 아버지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은 대화가 주는 기묘함도 잠시, 윤서는 순자의 방 이부자리 안에서 아버지의 검은 뿔테 안경과 낡고 오래된 옷들을 걸친 사람 크기의 인형을 발견한다. 순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윤서에게 인형을 너희 아빠라고 소개하며, 인형 앞에 밥을 차리고 늘 하던 아버지의 습관대로 신문을 놓고, 과일을 깎아 대접한다. 한편 동네의 유일한 또래인 옆집 아주머니의 딸 성미는 ‘인형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새로 만들 인형을 찾는다’는 기괴한 말을 늘어놓는다.

인형을 아버지라고 우기는 엄마의 비이성적 행동과 딸을 대하는 일상적이고 친근한 태도가 주는 괴리감은 소름끼치고, 남자는 보이지 않고 여자들만이 가득한 마을 전체에 흐르는 불온한 유대감에서는 무언가 주술적이거나 아니면 범죄적인 냄새가 풍긴다. 과연 인형에는 진짜 아빠가 들어 있는 것인가? 엄마는 미친 걸까, 범죄를 저지른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스스로를 구원한 것일까? 아빠의 학대를 알면서도 침묵했던 딸의 과거와 떠나는 딸에게 달려와 김치가 든 반찬통을 건네며 밥을 잘 챙겨 먹으라고 말하는 엄마의 현재는 오컬트와 스릴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 구조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끝까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결말은 직접 확인하시기를.

※ 이번 주 추천작은 공포&괴담 특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