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의 대륙에 떨어진 후 인류에게서 영물인 ‘기린’으로 취급받고 만 외계 박물학자 비나이다의 고행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금세 원래의 행성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이방인 비나이다가 순식간에 태어나고 스러지는 두발 짐승들의 운명과 여러 국가의 쇠락을 지켜보며 조금씩 변해 가는 고독한 과정은 무척 쓸쓸한 기분을 안긴다. 그럼에도 역사 속 위기를 헤쳐 나가는 여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지는 만큼, 앞으로 남은 천오백 년은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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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선을 타고 우주를 돌아 다니며 표본을 관측하고 계통을 연구하는 박물학자인 ‘비나이다’는 자격증을 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낯선 행성에 찾아갔다가 그곳 원주민에게 납치되고 만다. 알고 보니 이곳은 지구의 아시아 대륙, 때는 춘추전국시대. 원주민들은 확연히 다른 외견의 비나이다를, 어진 임금이 다스릴 때 나타난다는 영물 ‘기린(麒麟)’으로 여긴다.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권력자들의 소유물로 넘겨지면서 비나이다는 그녀를 둘러싼 짐승, 즉 인간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는데……. 그녀는 손상된 과거의 표본을 새로이 채취한다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고 무사히 다시 우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작품 소개에 2500년의 역사를 다룬다고 하는 걸 보니, 비나이다의 고행기는 아직 한참 더 이어질 모양이다. 동양사와 SF를 접목한 흔치 않은 시도도 흥미롭지만, 전설 속 환상의 동물(이라고 여겨지는 외계인)이라는 주인공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특이한 위치에 있는 이방인의 시선에서 그린 역사의 현장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는 재미가 넘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