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자비로운 임금의 치세에 나타난다는 환상수가 외계 지적 생명체라면?

춘추전국시대의 대륙에 떨어진 후 인류에게서 영물인 ‘기린’으로 취급받고 만 외계 박물학자 비나이다의 고행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금세 원래의 행성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이방인 비나이다가 순식간에 태어나고 스러지는 두발 짐승들의 운명과 여러 국가의 쇠락을 지켜보며 조금씩 변해 가는 고독한 과정은 무척 쓸쓸한 기분을 안긴다. 그럼에도 역사 속 위기를 헤쳐 나가는 여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지는 만큼, 앞으로 남은 천오백 년은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가 된다.

2019년 4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외계 박물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장대한 중국사

탐사선을 타고 우주를 돌아 다니며 표본을 관측하고 계통을 연구하는 박물학자인 ‘비나이다’는 자격증을 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낯선 행성에 찾아갔다가 그곳 원주민에게 납치되고 만다. 알고 보니 이곳은 지구의 아시아 대륙, 때는 춘추전국시대. 원주민들은 확연히 다른 외견의 비나이다를, 어진 임금이 다스릴 때 나타난다는 영물 ‘기린(麒麟)’으로 여긴다.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권력자들의 소유물로 넘겨지면서 비나이다는 그녀를 둘러싼 짐승, 즉 인간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는데……. 그녀는 손상된 과거의 표본을 새로이 채취한다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고 무사히 다시 우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작품 소개에 2500년의 역사를 다룬다고 하는 걸 보니, 비나이다의 고행기는 아직 한참 더 이어질 모양이다. 동양사와 SF를 접목한 흔치 않은 시도도 흥미롭지만, 전설 속 환상의 동물(이라고 여겨지는 외계인)이라는 주인공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특이한 위치에 있는 이방인의 시선에서 그린 역사의 현장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는 재미가 넘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