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로 트위터에서 주로 혼자 책 이야기를 하던 아라는 국내에 번역되기는커녕 일본에서도 극히 마이너하다고 평가받는 작가의 책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다가, 낯선 유저 수현의 멘션을 받으며 급속도로 친해진다. 독서 취향이 상당히 겹치는 수현에게서 동질감과 동지의식을 느끼며 그토록 그리던 ‘친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꿈에 설레는 아라. 그렇게 온라인상의 친분을 쌓아가다가 실제로 만나기로 한 대망의 약속의 날이 찾아왔다.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외견을 의식하면서 약속 장소로 간 아라는 예상 밖의 설렘과 어그러짐 속에서 방황하지만, 수현이 실존하는지도 의심스러운 어느 희귀본을 손에 넣었다는 걸 언급한 순간 흥분을 억누르지 못한다.
한때 ‘인터넷으로 만난 친구’란 어딘지 위험하게 들리고 남에게는 여차저차 아는 사이로 얼버무려야 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렇게 랜선 인연(?)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책과 친구의 계절」은 지극히 마이너한(언급되는 작가들의 면면으로 볼 때 탐미적이지 않을까 싶은) 취향을 가진 두 책벌레가 트위터를 통해 만난다는, 어찌 보면 소소한 일화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기묘한 긴장감을 띠며 흡인력 있게 전개된다. 태어나기도 전에 나왔을 희귀본에 탐닉하는 신세대 독자들의 이야기는 ‘그놈의 책이 뭐길래…’라는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하는 결말로 치닫지만, 작품에서도 언급되듯 “나쁜 건 책이 아니며” 도리어 관계와 고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