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무인자동차가 정착되고 화성 유인 탐사가 현실화의 문턱에 접어든 시대, 나는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접견하러 간다. 일 년에 딱 세 번만 허용된 접견장에서 마주한 것은 극저온 냉동 탱크 속에 동면한 아버지, 더 이상 이름이 아닌 번호로 기억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자신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혼자만의 봄을 찾으러 떠나 버린 아버지로 인해 나는 어머니와 함께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사회적 편견과 정서적 결핍으로 점철된 유년시절을 지나 스무 살이 된 지금, 나는 아버지에게 고하는 마지막 전언을 읊조린다.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대 타자였던 테드 윌리엄스가 실제로 미국의 한 인체냉동시설에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처럼 극저온으로 냉동 보존된 시신을 의학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에 되살려 낸다는 인체냉동보존술이 장(場)이 열리는 날은 과연 도래할까? 근미래를 배경으로 어느 해체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아버지의 봄」은 냉동인간을 소재로 한 숱한 이야기 중에서도, 떠난 자와 남은 자의 서사에서 조응하는 짙은 호소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삶과 죽음처럼 양극단에 놓인 미래를 선택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파편처럼 조각 나 있으면서도, SF라는 장르 안에서 읽는 이의 감정을 깊이 있게 끌어 올리는 남다른 힘을 발휘한다. 동 작가의 작품 「문학 선생님」 역시 읊조리는 독백의 문체가 매력적이지만, 사뭇 다른 분위기의 매력으로 충만하니 함께 읽어 봐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