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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속 군상을 심해어에 비유한 공포 단편

YAH! 문학 공모전에서 우수상으로 뽑힌 「심해어」는 지하철 사고라는 재난에서 발현되는 인간성의 이면과 심해어에 관한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되는 공포 소설이다.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음에도 넘치는 긴장감과 재난 상황의 탁월한 묘사 그리고 첨예한 내외적 갈등으로 담담하지만 흡인력 있게 전개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 심해어에 관한 이야기는 독자의 주의를 환기하여 피로도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해당 작품의 오디오 크리에이터 공개 모집 중이니 소설을 읽고 낭독해보는 것도 권해본다.

2017년 4월 둘째 주 편집부 추천작

암흑 속의 공포와 군상들의 어두운 심리를 망라한 소설

지하철이 무너지고, 탈출하기 위해 사람들은 어두운 지하철 선로를 따라 걷는다. 빛과 대화가 없는 조용한 행렬 가운데 화자는 가방에 넣어둔 빵을 혼자 몰래 먹는다. 사람들은 무너진 터널과 마주하고 다시 반대편 역을 향해 나아간다. 화자는 암흑 속에서 바닥의 대소변을 밟지 않기 위해 빛을 밝히고 뜻하지 않게 주목을 받는다. 심해와 같은 어둠 속에서 칼부림이 났다는 외침이 들리지만 모두 외면한다. 화자는 짙은 어둠 속에서 절반이 남은 빵과 목숨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2000년 8월 노르웨이 북부에서 실제로 침몰한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에서 쪽지가 발견된다. ‘암흑 속에서 느낌만으로 이 글을 쓴다.’라고 적힌 쪽지가 서두에서 언급되어 이야기는 르포와 같이 현실성을 띤다. 어두운 지하철과 그곳에 갇힌 사람들의 모습은 각각 심해와 심해어에 비유되어, 상황과 감정 그리고 긴장감을 가감하고 흡인력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단편이라는 한정된 분량 내에서 개인과 다수, 빛과 어둠을 대비하여, 재난에 대처하는 인간의 심리와 어둠의 근원적 공포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