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작가들 인터뷰 모음!

2021.9.3

2006년부터 6권이 출간된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시리즈」와 2017년 출간되어 화제를 모은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을 잇는 새로운 공포 문학 단편집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이 출간되었습니다!

한국 공포 문학의 현주소가 담긴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도전과 면면을 만나볼 수 있는 총 10편의 작품들은 장르부터 소재까지 고유의 개성이 다채롭게 드러나는데요, 이번 단행본 출간을 기념하며 담당 편집자가 10명의 저자들과 함께 막간 인터뷰를 나누었습니다. 작품 집필 계기부터 집필 기간, 에피소드, 고민점 등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한데 모였는데요, 각 수록작에 대한 개별 질문들도 있으니 다양한 재미와 정보 가득한 이야기들을 빠짐없이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

인터뷰 내용이 다소 길어진 관계로 각 인터뷰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는 편의 도구를 만들어 두었으니, 원하시는 순서에 따라 읽어 보셔도 좋겠네요. :lol:

 

‘점’ 김보람 작가와의 미니 인터뷰💬
“우리의 작은 성이 작은 시궁창으로 변해가던 어느 날이었다.”

Q. 「점」은 어떻게 처음 구상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A. 저는 평소에 아무런 이유 없이 불길한 상상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엘리베이터가 떨어지는 상상을 하고 길을 건널 땐 차에 치이는 상상을 하고 조금이라도 수상해 보이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한테 찔리는 상상을 하는 식으로요. 이 작품은 그냥 평소처럼 제 방에서 원고 작업을 하다가, 열려 있는 창문이 신경 쓰여서 떠오른 상상을 글로 쓴 거예요. 낯선 남자가 방 안을 들여다보는 상상을요. 그래서 첫 구상은 단순히 귀신이 점점 집 안으로 들어오는 내용뿐이었어요.

 

Q. 「점」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A. 사실은 초반에 귀신이 집 안에 들어오는 장면까지 쓰고 더 생각이 안 나서 접었었어요. 그리고 1년 넘게 잊고 있다가, 작가 모임에 나갔을 때 제 팬이라는 분께 호러 쪽 차기작은 언제 나오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때마침 황금가지에서 ‘한여름 밤, 공포 단편을 써보자’는 주제로 제7회 작가 프로젝트를 예고했던 시기라, 충동적으로 거기 낼 거라고 말해 버렸어요. 그리고 집에 와서 부랴부랴 다시 쓰기 시작했지요. 전 뱉은 말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타입이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아주 따갑게 지적을 하더라고요. 글이 무섭지가 않다고요. 그때까지의 「점」은 집 안을 차지한 귀신에 포커스를 맞춘 글이었거든요. 그런데 들어오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귀신이 뭐가 무섭냐는 거죠. 생각해 보니까 남편 말이 맞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엄청 했어요. 이 글에서 뭘 무섭게 쓸지. 뭐가 이 글을 무섭게 만드는지. 어떻게 끝내야 무서울지. 그렇게 고민하고 완성하기까지 딱 한 달 걸렸어요.

 

Q. 부동산 관련한 아픔이 담긴 작품이었습니다. 작 중 나오는 상황에 대해 혹시 주변에서 듣거나 겪으신 부분이 있는지요.

A. 안녕하세요, 엘사입니다. 네, 제가 LH 사는 사람입니다. 작중 부부의 모티브는 저희 부부예요. 원룸에서 임대 아파트로 탈출했고, 이곳을 우리만의 성처럼 여기며, 삐끗하면 다시 손바닥만 한 원룸으로 굴러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요. 그리고 서로를 강하게 의지하는 것까지 똑같아요. 다만 소설 속 부부는 현실보다 조금 더 가난하고, 무기력하고, 비관적일 뿐이죠.

그럼에도 부동산 난민이라는 표현을 처음 봤을 땐 「점」에 대한 표현이라고 알아 보지 못했어요. 난민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때문인데요. 사실 저희 부부는 되게 행복하게 살고 있거든요. 가난하긴 하지만요…ㅋㅋㅋㅋㅋ 저희에게 이 작품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해도 같은 결말을 맞진 않을 거예요.

 

Q. 「점」을 집필할 때 특별히 독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나요?

A. 화자의 내면을 묘사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점점 궁지에 몰리고 고립되다가 결국 무너지고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이 독자들에게 더욱 섬뜩하고 처절하게 다가가도록.

그리고 마지막에, 남편이 이사 가자는 말로 희망을 주잖아요. 결국은 잘 풀릴 것처럼. 화자를 희망이라는 기구에 태우고, 그로써 독자에게도 희망을 준 다음에, 뻥 터트렸어요. 떨어지는 곳이 높을수록 처박히는 자리가 깊을 테니까요. 독자들이 화자의 공포와 절망에 완전히 몰입하길 바랐거든요.

 

Q. 현재 집필하고 있거나 구상 중인 소설이 있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현재 「내가 쓴 공포소설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로맨스릴러 장편을 집필 중이에요. 악인만 죽이는 연쇄 살인마를 주인공으로 공포 소설 시리즈를 쓰는 여자 주인공이 저주받은 키보드로 소설 속 연쇄 살인마를 현실에 소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연초쯤에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요.

 

✍️김보람↗

「미래도둑」으로 제1회 신체강탈자 문학공모전 우수상 수상, 「환수의 소원」으로 제3회 네이버 킹오브판타지 공모전 당선했다.『로제와 애송이 드래곤』, 『사이다입니다』를 발표하였다. 현재 웹소설을 집필 중이다.

 

 

‘공포의 ASMR’ 전사라 작가와의 미니 인터뷰💬
(긴급) 공포의 ASMR 다시 올라왔어요. 지워지기 전에 빨리 보세요! 링크 있음.

Q. 이 작품의 구상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A. 사실 이 작품은 제가 입상한 ‘YAH! 문학 공모전’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은 아니었어요. 평소에 잠들기 전 불을 끄고 유튜브로 ASMR을 즐겨 들었었는데,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차분하고 고요한 ASMR 영상에서 갑자기 귀신 소리라든가 공포감을 주는 소름 돋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진짜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자고 일어난 다음 날 바로 작품의 플롯을 쓰기 시작했어요.

 

Q. 누군가 속삭이듯 이런 이야기를 하면 무서울 것 같아요. 게다가 이 작품은 오디오북으로도 제작되어 있어서 ‘ASMR’이라는 형식 자체가 더 크게 와닿는 것 같은데요, 평소에도 ASMR을 많이 들으셨나요? 

A. 한참 스트레스 때문에 잠이 안 오던 시절에 ASMR을 많이 들었어요. 특히 상황극 ASMR을 많이 들었었는데 피부 관리실부터, 미용실, 마사지숍 등 되게 다양한 콘텐츠를 접했어요. 이런 것들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재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ASMR을 소재로 한 글을 써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가 이 소설을 쓴 당시에는 공포를 소재로 한 ASMR이 거의 없던 시기라 상상에 의존해서 소설을 썼었는데 요새는 굉장히 연출력도 좋고 무서운 공포 ASMR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자기 전에 불을 끄고 무서운 ASMR을 들으면 오히려 잠이 달아날 것 같아서 즐겨 듣지는 않아요.

 

Q. 구상하고 나서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이 작품을 쓰는 데에는 시간이 진짜 조금 밖에 안 걸렸어요. 거의 하루 만에 내용 구상을 마치고 일주일 정도 만에 초고를 다 썼어요. 그리고 공모전에 내기 전 3주가량 다듬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렇게 금방 이 단편을 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제가 그전까지 한 번도 소설을 써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무엇을 어떻게 써야겠다는 지식이 전무하니까 오히려 막무가내로 글이 쭉쭉 써내려가지더라고요.

 

Q. 주인공은 욕망의 집합체 같은데요, 혹 모티브가 된 가상이나 현실의 인물이 있을까요?

A. 특정 인물을 모티브로 삼지는 않았고, 실제 학생들과 커뮤니티에서 본 글들을 통해 이야기의 소스를 얻었어요. 집필 당시에는 제가 학원에서 강사 생활을 했던 때라 학생들을 접할 기회가 많이 있었거든요. 그때 보니까 아이들이 생각보다 외모에 관심이 훨씬 많더라고요. 초등학생 4학년 정도 되는 학생들도 다 색조화장품을 갖고 있어서 놀랐었어요. 그리고 성형을 하면 좋겠다느니, 학교에서 어떤 친구가 싫다느니, 뭐 이런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것들이 글로 담기게 되었어요. 물론 제가 가르치던 아이들을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나쁘게 생각한 것은 아니고, 그냥 아이들이 관심을 갖거나 고민하는 부분들을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실제로 있을 법하면서도 괴이한 캐릭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보면 누가 누구를 따라 하고 이런 것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연예인을 따라 하는 친구들을 조롱하면서 ‘지디 병이다, 아이유 병이다’ 뭐 이런 글들이 올라오는 것도 많이 봐왔고요. 그래서 이런 부분도 소설 안에 사용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Q. 「공포의 ASMR」에서 특별히 독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나요?

A. 외모 콤플렉스 , 교우 관계 갈등 등 10대 청소년들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소재로 무겁지 않은 느낌의 이야기를 쓰기는 했지만 그 안에서도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어요. 저도 이 생각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으려고 노력하는데,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을 밖에서만 얻으려고 하다 보면 항상 결핍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도 사춘기를 겪으면서 남의 이목을 엄청 신경 쓰게 되고 그것들을 계속 쫓다가 문제를 일으키게 되잖아요. 본인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서 행복과 만족을 찾고자 했다면, 요샛말로 마이웨이를 걸었다면 아마 주인공도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독자분들 중에 지금 현재 행복하지 않고 어딘가 자꾸 부족함이 느껴져서 괴로우신 분들이 있다면 자신의 내면을 돌보고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연습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Q. 현재 집필하고 있거나 구상 중인 소설이 있다면 짤막한 소식 부탁드려요.

A. 현재 구상 중인 소설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아무도 없는 불 꺼진 백화점에서 일어나는 은밀한 살인 사건과 복수에 대한 이야기예요. 또 하나는 내적 결핍이 많은 부잣집 여자 주인공 앞에 나타난 어딘가 꺼림칙한 남자 주인공의 연애를 다룬 로맨스릴러물이고요. 둘 중 어느 이야기든 빠른 시일 내에 장편 하나를 온전하게 완성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예요.

 

✍️전사라↗

YAH! 문학상에서 「공포의 ASMR」로 우수상을 받았다. 밀리의 서재에 『가린동 꼭대기의 비밀』, 『실종여행』, 『로맨스 게임』을 연재하였다.

 

 

‘검은 책’ 차삼동 작가와의 미니 인터뷰💬
“이 책이 당신의 앞에 나타난 이유는 당신이 누군가를 간절히 미워하고 있어서이다.”

Q. 「검은 책」의 구상은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되었나요?

A. 이 글은 황금가지에서 주최했던 ‘YAH! 문학 공모전’을 위해 쓴 글입니다. 모집 요강에 맞추어 모두가 읽을 수 있고 낭독했을 때 효과가 날 수 있을 법한 폭력 수위가 낮은 작품으로 구상을 했어요.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는 장면을 배제하다 보니 자연히 소재가 제한되었고 그 과정에서 ‘저주’라는 키워드를 골랐습니다. 저주를 하려면 누군가를 사무치게 미워해야 하니까,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이 벌어질지를 계속 생각했고요.

저주의 매개인 ‘검은 책’은 예전에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괴담집 류의 출판물에서 착안했습니다. 그 중에서 ‘빨간 일기장’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거기에 싫어하는 아이들의 이름을 적고 저주를 하도록 돼 있어서 사회 문제가 되어 뉴스에 나온 적이 있거든요. 그걸 보면서 놀랐던 건 누군가를 미워하고 저주하는 용도의 책이 실제로 팔릴 만큼 아이들의 감정이 격렬하다는 것이었어요. 서서히 배경과 이야기가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을 찾다가 주인공인 소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Q. 작품을 통해 특별히 독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나요?

A. 「검은 책」은 일단 공포 소설이니까 읽으시는 분들이 무서워야겠지요? 공포에는 여러 감정이 있는데, 그 중에서는 자기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어두운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스스로 발견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밝은 심성의 소유자였던 소희가 어떤 계기를 통해 변하면서 느끼게 되는 여러 당혹스러운 감정들, 죄책감이나 꺼림칙한 기분 같은 걸 독자들이 함께 겪었으면 했어요.

 

Q.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A. 보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이 글을 쓰면서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부분은 세상에 어떤 저주가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공포 소설에 어울리는 그럴싸한 저주를 꾸미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관련 서적도 사 봤어요. 작중에서는 저주가 네 번 등장을 하는데 이 방법들이 겹치면 안 됐거든요. 어린아이가 실행할 수 있을 법한 수준이기도 해야 했고요.

영어덜트 호러라는 개념이 잡히지 않아서 ‘구스범스’ 시리즈를 여러 권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손을 보고 밑그림을 그리며 전체 분위기를 잡는 데 걸린 기간이 열흘이었어요. 집필은 몰아 써서 사나흘 정도… 손이 느린 편이라 속도를 잘 못 내는데도 이 글을 쓸 때는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몰입했었어요.

 

Q. 애초에 ‘검은 책’이 주인공의 눈에 보이는 부분부터 함정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강한데요, 아마도 주인공이 어떻게 했든 결국 마수에서 못 벗어나지 않았을까요? 주인공이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A. 어른인 작가 입장에서 그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검은책은 처음부터 소희를 나락에 빠뜨리기 위해 나타난 것입니다(흑흑흑). 책 표지에 쓰여 있다시피, 그 책이 눈앞에 나타난 건 소희가 누군가를 간절하기 미워했기 때문이니까요. 이미 그 물건을 발견한 시점에서 소희가 마수에서 벗어나기는 거의 불가능했는데요.

사실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긴 해요. 하나는 죄를 고백하고 사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주를 끝까지 완벽하게 실행하는 것입니다. 한데 그것들은 애당초 소희를 위한 선택지가 아니었어요. 왜냐면 정직하게 고백을 하기에 소희는 너무 자존심이 센 아이였고, 그렇다고 계속해서 그 방법들을 실행하며 친구가 파멸하는 걸 거리낌 없이 지켜보기에는 지나치게 마음이 여리고 착했으니까요.

 

Q. 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여러 편 집필하셨어요. 특별히 학교와 학생에 관한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A. 학교를 배경으로 삼거나 학생들을 주인공을 한 이야기를 자주 쓰는 건, 글을 쓰기 전까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저의 특성입니다. 왜 이런 글들을 계속 쓰는지에 대해서는 저 자신조차도 사실 잘 파악 못하고 있어요. 예전에 제 글을 읽어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너는 왜 계속 어린아이들이 나오는 글을 써?’ 하고 물은 적이 있거든요. 그때 비로소 제가 쓰고 있는 인물상이나 배경이라든지, 이야기 구도가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바꿔보려 이런저런 노력을 했어요. 무대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든가, 성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꾸며본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한데 억지로 그렇게 무언가를 하려니까 글이 점점 써지지 않고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제 안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을 건드리지 말고 그냥 나오는 대로 보여주기로 했어요. 어렴풋이 생각하는 건 어릴 때, 특히 학창 시절은 자아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시기라서, 그때의 기억이나 감정들이 글의 소재가 자주 되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Q. 현재 집필하고 계시거나 구상 중인 소설이 있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모든 일을 끝까지 미루며 겁을 내는 성격이라 어떤 계획이든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실행을 못 하는 것 같아요. 한 줄도 쓰지 못한 그 글을 결국 쓸 수밖에 없도록 이 기회를 빌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다음으로 쓸 글은 아동복지센터에서 홀로 지내는 고아 이야기입니다. 부모를 잃고, 이모가 운영하는 복지센터에서 살고 있는 그 아이는 센터 출입구에 붙어 있는 유괴범의 사진을 보고 난 후에 무서운 일을 겪게 돼요.

저는 거의 모든 글을 브릿G에 올리고 있으니까, 완성된다면 여기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차삼동↗

이상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상상하는 걸 좋아한다. 「록앤롤싱어」로 제6회 ZA 문학상 우수상을, 「검은 책」으로 YAH! 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호러 작가 앤솔로지 『괴이 도시』에 단편 「가는 실 너머로」를 수록하였다.

 

 

‘심해어’ 배현 작가와의 미니 인터뷰💬
“지하철 안에 갇힌 지도 거의 하루가 다 되어간다.”

Q. 「심해어」는 처음에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요?

A. 초고는 대학 시절 과제로 낸 소설이었습니다. 구상하고 완성한 기간은 아마 2주 안쪽일 겁니다. 초고는 소설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결말에 사족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심정을 좀 더 구구절절 설명하는 구절이 있었고, 교훈적인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잘라낸 게 지금의 결말입니다. 전 지금이 마음에 듭니다.

원래 재난물을 좋아하는 편이고, 주인공을 극한으로 몰아넣고 싶었습니다. 빛이 사라진 밀폐된 공간을 먼저 생각하니 자연히 지하철 사고로 연결되었습니다.

(전력이 끊겨 멈춘 지하철 → 원인은 터널 붕괴 → 선로를 기어다니는 사람들 → 심심한데? 오케이. 살인마 넣어! → 어둡고 깊고 탁해? 심해로 은유해!)

이런 느낌입니다.

 

Q. 작품을 집필하면서 특별히 독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나요?

A. 한 가지 감각이 단절되면 다른 감각이 더 극대화 된다고 하죠. 시각이 사라진 상황에서 더 예민해진 청각과 후각, 촉각은 주인공에게 더 큰 스트레스만 줍니다. 시각이 단절되고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한정된 정보가 주는 불안함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Q. 어둠 속에 갇힌 군중의 불안과 공포 등이 매력적으로 담긴 작품이었습니다. 어둠 속에 갇혔다는 느낌이 꽤 잘 살아있는데요, 작가님의 경험과 연관된 부분이 있는지요, 아니라면 집필하신 데 영감을 얻은 부분이 있을까요?

A. 딱히 연상되는 경험은 없습니다. 다만 「심해어」를 막 썼을 때는 몰랐는데, 그 뒤 제가 쓴 글에서 자주 보이는 몇 가지 이미지가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어디론가 정처없이 걷는 사람들’, ‘좁고 긴 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그것입니다. 왜 그런 이미지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심리상담사님이라면 아실지도요.

이건 사족인데, 저는 원래 소설 속에서 사람을 죽이는 데 거리낌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왠지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결말입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에선 예전에 큰 지하철 참사가 일어났었죠. 어쩌면 그것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Q. 중간 중간 여러 실제 사건을 배치했는데요, 어떤 의도일까요?

A. 지하철에서 일어난 일을 그냥 쓰는 건 심심하다 싶었습니다. 다른 비슷한 이미지를 가져다 붙이고 싶었고, 깊고 어둡다는 점에서 심해를 금방 연상했습니다. 그 이후엔 중간중간 일어나는 사건들을, 비슷한 속성이 있는 심해어, 혹은 심해의 설명을 가져다 병치시키면 이미지도 착 달라붙고 분위기도 살 거라 생각했습니다.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리고 제 기억에 소설을 쓰던 때, ‘지식조합형소설’이 살짝 뜰 때였습니다.

 

Q. 현재 집필하고 계시거나 구상 중인 소설이 있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지금은 점술가가 황궁의 흑막이 되려 하는 웹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단편 소재로 쓰고 싶었는데 여건이 안 맞아(사실은 게을러서) 쓰지 못한 소재는 몇 가지 있습니다. 1.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한가지 목소리를 들은 후의 일상 2. 용이라 불리는 자연재해로 지구가 멸망하고 남은 생존자 둘이 지하 깊은 벙커로 걸어가며 하는 여러 대화 정도인데, 쓰고 보니 지금 썩 와닿지는 않네요. 의외로 전혀 다른 단편을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

단편을 쓰는 건 장편을 쓰는 것보다 재밌습니다. 단편이 더 쓰고 싶거나, 더 부지런해졌을 때 쓰게 될 것 같습니다.

 

✍️배현↗

분지에서 태어나 웹소설을 쓰고 있다. 『노예병 크로스』, 『천마 하고 싶은 거 다 해』, 『전장의 패스파인더』 등을 발표했다. 좀비물과 전쟁물, 음모론을 좋아한다.

 

 

‘구조구석방원’ 아소 작가와의 미니 인터뷰💬
“동기랑 내기를 했어요. 일주일 동안 문을 잠그지 않고 지낼 수 있냐는 내기예요.”

Q. 「구조구석방원」의 구상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A. 저는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이나 고민이 많을 때, 혹은 화가 날 때처럼 감정의 굴곡이 심해지면 특정한 분위기의 글을 쓰는 버릇이 있습니다. 목적을 떠나 오로지 머릿속을 돌고 있는 잡념을 구체화하는 데만 집중한 일종의 분풀이 글인데요, 구조구석방원도 소재가 된 사건이 많이 기사화가 되던 시점에서 첫 구상이 이뤄진 것으로 기억합니다.

 

Q. 친구랑 시작한 단순 내기가 점차 위험해져가는 과정이 잘짜여져 있습니다. 특히 창 밖에서 계속 주시하던 자가 내내 궁금증을 자아내는데요, 그 인물은 작가님의 설정상에는 주인공의 환각일까요, 아니면 비현실적 존재일까요?

A.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존재라고 상정해서 썼습니다. 다만 충분히 환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중 타인에게는 이미 환각으로 확정지어졌으니까요. 다만 존재보다 환각이 현실에서 널리 인정받기 더 쉽다는 점이 재밌지 않나요? 그래서 주인공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역할도 하지만요.

 

Q. 정말 마지막에 그 모든 원인 제공자인 조교 형은 아무 처벌 없이 끝난 걸까요?

A. 그렇습니다.

 

Q.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A. 참을 수 없이 이 글을 쓰고 싶어져 하루 만에 절반가량의 원고를 쓰고 꽤 오랜 시간 방치해뒀었습니다. 그러다 브릿G에서 공포 단편을 모집하는 작가 프로젝트가 열린 것을 보고 완성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어 나머지를 썼습니다. 제 작업 방식이 대개 이런 식입니다.

개인적으로 제목을 왜 ‘구조구석방원’으로 했냐는 질문을 꽤 많이 받았습니다만, 가장 어울리는 제목이라서…… 라는 대답밖에 할 수가 없네요. 원래 단어를 가지고 장난치는 걸 좋아해서 여러모로 해석되길 바랐습니다.

 

Q. 현재 집필하고 계시거나 구상 중인 소설이 있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사실 지금은 연재 중인 판타지 소설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광대라면 99콤보까지」라는 퓨전 판타지 소설을 주 7회로 연재중인데 비축분이 너무나 모자라네요. 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구상 중인 많은 것들을 원고로 완성하고 싶습니다. 일단 올해 목표는 SF장편(절반까지만 쓴 원고)을 하나 완성하는 것과 SF단편(역시나 절반의 원고), 단행본 1권짜리 소설 하나까지만 더 쓰고 싶네요. 연재를 성실하게 한다는 가정하에 말입니다.

그리고 내년, 내후년쯤에는 고딕 호러 코미디 로맨스, 청소년 소설, 코지 미스터리 옴니버스 단편집, 로맨스 판타지 차기작 두 개쯤 더 하고 싶습니다. 브릿G에도 꼭 올리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이것 말고도 하고 싶거나 쓰고 싶은 글이 산더미처럼 남아있습니다만, 자료조사와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은 역시 미뤄둬야겠죠. 나날이 탐욕의 항아리만 커져갑니다.

 

✍️아소↗

다독 다작의 꿈에 시달리는 사람. 장편 로맨스 판타지 『가시관과 환상향』, 『나를 살해한 구혼자』를 출간했다. 단편집 『곧 죽어도 등교』에서 「연기」를 수록하였다.

 

 

‘할머니 이야기’ 최정원 작가와의 미니 인터뷰💬
“할머니는 빠진 이를 드러내며 더 빨리 탁, 탁, 탁 지팡이 소리를 냈다. 내게 비틀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Q. 「할머니 이야기」는 처음에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요?

A. 제 친척분 중에 한국 전쟁으로 고통을 받다가 돌아가신 분이 계세요. 이념 문제로 가족 모두가 공산당으로 몰려 한평생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 많은 삶을 사신 분이시거든요. 양갓집 규수로 태어나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분이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사랑하는 아들마저 군대에 가서 ‘빨갱이 새끼’라며 매일 끌려가 단체 구타를 당했나 봐요. 그 충격으로 아드님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그곳에서 죽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릴 적, 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오셨는데 쭈글쭈글한 얼굴로 늘 담배를 물고 있으셨어요. 어린 시절에는 할머니 담배 냄새가 너무 싫어서 할머니 곁에 가지도 않았어요. 나중에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에게서 할머니 이야기를 들었어요. 마음이 아팠어요. 담배 연기를 뿜으며 늘 허공을 쳐다보면 한숨 짓던 모습이 지금도 가끔 떠올라요.

 

Q. 작품을 집필할 때 특별히 독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나요?

A. 두 가지 있어요. 그중 하나는 우리가 위대한 사람만을 기억한다는 거예요. 역사의 흐름 속에서 고통받는 삶을 살고 사라진 그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어요.

나머지 한 가지는 사라지는 농촌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모두의 고향이었던 농촌의 모습이 버림받아서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게 안타까웠어요. 버림받은 사람들과 버림받은 농촌의 모습이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버림받은 모습이 곧 우리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Q. 할머니의 가슴 아픈 과거를 다룬 이야기지만,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보는 기이한 마을 배경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작가님의 과거 경험담을 기반으로 설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야기 중 어느 부분이 작가님의 경험과 유사한 부분일까요?

A. 부모님이 퇴직 후 귀농을 하셨어요. 따로 땅을 사거나 집을 마련하지 않으시고 그냥 고향 집으로 가서 10년 정도 사셨어요.

「할머니 이야기」에 나오는 배경이 모두 친할아버지댁 주변 모습이에요. 저는 서울에서만 살았거든요. 조부모님은 모두 어릴 적에 돌아가시고 시골에 갈 일이 거의 없었어요. 친인척들이 거의 서울과 경기도 주변에 살았거든요. 부모님이 귀농 후 시골집을 방문했는데 정말 무서운 것들이 많더라고요. 특히 개가 무서웠어요. 하늘의 별도 무섭고, 새소리도 무서워서 두 번 가고 다시는 가지 않았어요. 가끔 부모님과 통화하고 서로 안부만 묻고 지냈어요.

또 한 가지, 공포 소설 쓰는 사람들은 무서움이 없을 거로 생각하는 분들이 가끔 있으세요. 하지만 전 정말 겁이 많아요. 특히 발걸음 소리와 동물이나 사람 눈을 무서워해요. 주인공이 하얀 눈 위를 걸으면서 느끼는 공포는 어린 시절 제가 느꼈던 공포를 그대로 재현해 표현한 거예요. 토끼의 빨간 눈도 정말 무서웠어요. 생선 눈도 무서워요.

 

Q. 장남들만 희생자가 된다는 설정이 흥미로운데요, 특별히 그 이유가 있을까요?

A. 옛날 어르신들의 장남에 대한 무한한 애정 때문에 설정했어요. 지독하리만큼 그들에게만 많은 혜택을 주고 그들만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거든요. 물론 나름대로 장남의 무게도 있었겠지만 다른 위치의 사람들이 볼 때는 절대적인 권위의 위치더라고요.

사실 제 외할머니는 장손에 대해 엄청 집착하셨던 분이셨거든요. 그게 어린 시절에 미움으로 남아 이야기를 그렇게 설정한 듯싶어요. 장손이 사라진 세계를 어린 시절에 늘 꿈꿨거든요.

 

Q. 본작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A. 글쎄 저는 단편 하나 쓰는 데 3개월 정도 걸리는 듯싶어요. 이 작품도 3개월 정도 걸렸어요.

에피소드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고칠 게 없는 줄 알고 행복해하고 있었는데 편집장님이 좀 작품을 수정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을 때 맨붕 상태가 되더라고요. 다시 머리를 쥐어짜고 끙끙거리며 자료를 모아 글을 썼어요. 전 지적당하면 자신감 완전히 상실되거든요. 밤새 엎치락뒤치락하며 머리를 짜내면서 편집장님 원망하며 다시 수정했어요. 그때는 편집장님 엉덩이에 종기나 나서 고생하라고 주문을 외웠는데 고치고 나니까 훨씬 마음에 들더라고요.

 

Q. 현재 집필하고 계시거나 구상 중인 소설이 있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레시피』라는 소설집이 나온 지 얼마 안 됐어요. 그래서 요즘은 좀 쉬고 있어요. 머릿속은 팽팽 돌아가고 있는데 몸은 완전히 시체 상태예요. 지금 준비 중인 작품은 심리 스릴러로 장편이에요. 물론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심리 소설이에요. 캠프장에서 사라진 친구, 토막 난 시체, 절규하는 사라진 친구의 가족, 잔인한 복수, 반전이 있는 클라이맥스 등을 보여주며 그들의 심리도 섬세하게 다뤄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정원↗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음식을 소재로 한 살인 소설집 『레시피』를 출간하였다. 「언니, 그냥 죽어」, 「그녀는 잘살고 있다」, 「남자 친구 애플리케이션」 등을 브릿G를 통해 발표했다.

 

 

‘처형학자’ 효빈 작가와의 미니 인터뷰💬
“한 시간 주겠다. 너희들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럽고 끔찍한 죽음을 구상해 내게 가져와라.”

Q. 작품의 구상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작품을 집필할 때 특별히 독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나요?

A. 1등이 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열심히 생각한 만큼 끔찍한 죽음이 기다리는, 그렇다고 거꾸로 꼴찌를 노리기도 위험한 처형식 경연대회 자체의 무서움을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작품 자체가 경연대회의 발상에서부터 시작됐었으니까요. 그때는 코르네스는 냉철한 장군이 아닌 잔인한 도적이었고 경연대회를 시작한 이유도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짓을 하게 됐을까’ 하고 납득이 될 만한 이유와 배경을 생각하면서 스토리가 다듬어졌습니다.

그다음으론 코르네스가 그런 끔찍한 행위를 시작한 계기가 독자분들에게 잘 납득 되도록 전달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본작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A. 경연대회의 방식만 머릿속을 떠돌던 시간이 2~3달 정돈 됐던 것 같습니다.

 

Q. 매번 100명이 가장 잔인하게 죽는 방법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고, 그 중 1명만 살아남는다는 설정은 너무 끔찍합니다. 마지막 살리제르의 선택은 섬뜩하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인데요. 과연 살리제르의 마지막 외침은 장군에게 인정되었을까요.

A. 살리제르의 말을 처음 들은 순간에는 약간 실망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그의 대답의 의미를 잘 곱씹어보고 나서야 납득했을 것 같아요. ‘그럼 살리제르는 살아남았는가?’ 하는 부분은 당시의 다른 포로들이 얼마나 창의적인 처형식을 설계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Q. 살리제르가 원래 내려고 했던 10번째 시험의 아이디어는 무엇이었을까요? 혹시 구상을 하셨었을까요?

A. 아뇨, 저도 처음엔 구상을 해서 묘사해 보려고 했지만 원색적인 잔인함 외엔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읽는 분 누구라도 감탄할 만한 기발한 처형식이 떠올랐다면 좋았겠지만 저는 살리제르만큼 기발한 아이디어가 없었거든요. 그가 전날 밤 어떤 끔찍한 죽음을 설계했는지는 독자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Q. 현재 집필하고 계시거나 구상 중인 소설이 있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소위 말하는 ‘현생’을 살게 되면서 글을 쓰지 않은 지가 좀 됐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제가 좋아하는 판타지 배경의 장편을 다시 연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조금씩이나마 구상 중입니다.

 

✍️효빈↗

1992년 서울 출생. 목원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브릿G에서 「처형학자」외 8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활동 중이다.

 

 

‘홍수’ 배명은 작가와의 미니 인터뷰💬
“소용없어. 지금 주위에 아무도 없어. 아가씨와 나뿐이라고.”

Q. 「홍수」는 어떻게 처음 구상하게 되었나요?

A.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천재지변과 귀신인지라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여름 태풍 때 뉴스에서 범람하는 흙탕물의 이미지가 뇌리에 깊게 남아 있었고요.

 

Q. 비가 오는 과정 중에 낯선 남자와 단둘이 남는다니, 제가 남자인데도 무섭네요.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남자의 포지션이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어요. 저승사자 같기도 하고, 꿈속 무의식 같기도 하고, 또는 악령 같기도 하고. 작가님은 어떤 구상으로 아저씨의 인물을 설정하셨을까요?

A. 그분도 홍수 때문에 떠밀려온 넋이라는 설정이었습니다. 살아 있었을 때나 죽어서도 늘 고립되었던 외로운 존재. 그래서 제정신일 리가 없었고 광기에 물들어 있어 주인공이 딱히 그에게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혼자 인정했던 거죠. 자신과 함께 고립되어 줘서 고맙다고요. 솔직히 이런 광기 너무 좋아합니다.

 

Q. 특별히 독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나요?

A. 독자들에게 상황을 실감 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물이 들이닥치는 묘사와 주인공이 의문의 남자를 만났을 때 남자의 대사만을 통해 무서워야 했기에 광기를 보여주는 부분에 신경 썼습니다.

 

Q.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A. 몇 년 전의 일이고 구도도 단순해서 몇 주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땐 호러를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같은 장르 작가들끼리 교류하며 글을 공유했어요. 글에 대한 에너지가 아주 충만할 때였습니다. 그때쯤 썼던 글들이 브릿G에서 상을 받고 책으로 나오는 등 좋은 결과로 이어졌거든요.

 

Q. 작가님 작품에 유독 외딴곳, 시골 마을 등이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듯합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A. 어릴 때 방학마다 시골집에 놀러 갔어요. 그때마다 자연의 이면을 겪었습니다. 예를 들어 공동묘지는 존재 자체가 두려움으로 다가왔으나 막상 가서 놀면 그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 없거든요. 산이며 계곡이며 폐가며 어디든 놀러 다니면서 안락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어요. 어렸을 적 그 경험으로 그것을 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되었죠.

 

Q. 현재 집필하고 계시거나 구상 중인 소설이 있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내 이웃의 살인마』 앤솔러지에 수록된 제 작품 「귀매」의 주인공 산신 설원 이야기를 연작 구성으로 쓰고 있습니다. 전설의 고향처럼 설화와 민담을 모티브로 한 ‘순한맛’ 코믹 호러 판타지입니다. 올해 안에 완결 지었으면 좋겠어요.

 

✍️배명은↗

제2회 로맨스릴러 공모전에서 「폭풍의 집」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홍수」로 YAH! 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MT 공포 테마 공모전에서 「울타리」로 수상했다.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을 비롯하여 여러 작품집을 출판하였다.

 

 

‘상어’ 유아인 작가와의 미니 인터뷰💬
“할머니가 꿈에 나오는데…… 자꾸 춤을 춰. 아무리 불러도 날 보지도 않고. 계속 웃으면서 춤만 춰. 삼 일 내내.”

Q. 「상어」는 처음에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요?

A. 작품 속에 나오는 꿈은 제 친구의 꿈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쓴 것입니다. 코로나가 없었던 당시, 가로등 불빛만 겨우 들어오는 산속 숙소에서, 불을 모두 끄고, 음산한 목소리로 친구가 해 준 이야기지요. 출장에서 돌아와 브릿G에 들어와 보니 공포 작가 프로젝트가 개최 중인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미친듯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가 흔쾌히 허락해준 덕분에 좋은 도입부가 나온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친구에게 감사 인사를 보냅니다.

 

Q.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A. 글을 끝까지 쓰는 데 3일 + 고치고 또 고치는 데에 4일을 꽉 채워 일주일 동안 매달렸습니다. 완벽하게 수정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출판이 결정된 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도 끝이 나지 않는 것을 경험하고 몇 번이나 바닥을 구르며 통탄했습니다.

 

Q. 작품 속 구현된 마을 풍경이 현실적이고, 어르신들의 사투리도 실제 같았습니다. 경험에서 나온 걸까요?

A. 배경은 가상의 시골이지만 사투리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것이 맞습니다. 경상도 중에서도 마이너한 지역이라 아마 신선하게 느끼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억양을 들려드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네요. 이 지역의 사투리는 억양에서 비로소 완성이 되거든요. 혹자는 강원도 사투리… 혹자는 북한 사투리… 혹자는 중국어라 오해하기도 하지요.

 

Q. 장군이 할머니가 꿈속에서 나올 때마다 행동과 웃음이 기괴하여 전 악령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품은 이야기가 더 깊고 슬펐지요. 마지막 편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는데, 혹 작가님께서 장군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좀더 풀어주실 수 있을까요?

A. 사실은 장군이 할머니의 인생이 어땠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은 철저하게 주인공의 시점에서 제 3자의 입장으로 조망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것을 전제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타인은 남의 인생의 완전함을 미완으로써 가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다만 마지막 편지로 인해 지난하고 혹독했던 장군이 할머니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담담하고 따뜻한 글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주인공인 ‘나’에게도, 독자분들께도 잘 전해졌기를 바래봅니다.

 

Q. 「상어」를 통해 특별히 독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나요?

A. 서로에게 지고지순해 보이는 동네 노부부를 보며 엄마께, “엄마, 저분들은 사이가 엄청 좋으시다.”라고 말했다고 상상해 봅시다. 그런데 돌아오는 엄마의 대답이 놀랍습니다. “얘, 말도 마. 저 분들이 젊었을 때 완전 철천지원수였다니까. 그런데 어느 날……” 그리고 그 뒤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위의 대화는 예시일 뿐이지만, 이런 경험을 한 번쯤 하셨을 겁니다. 전혀 상상이 되질 않는 과거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건네 듣는 경험을요. 이 소설이 그런 이야기가 되길 바랬습니다. 할머니에게서 귀동냥으로 얻어듣는,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그러나 이미 지나버려 케케묵은 과거가 되어 버린 그런 이야기로 말입니다.

 

Q. 현재 집필하고 계시거나 구상 중인 소설이 있나요?

A. 뽀로로 같은 제 인생에 이토록 바쁜 한 해가 있을까 싶도록 쉼 없이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통 글은 쓰지 못하고 있는데, 대신 시간이 남을 때를 대비하여 소재가 생길 때마다 이야기를 구상 중입니다. 지금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감각이 유독 발달한 소녀가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스릴러 추리소설 정도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담당자님께서 부탁하신 자기소개를 아무 생각없이(…) 쓰는 바람에, 졸지에 “장미의 소설을 쓰는 것이 꿈”이라는 무지막지한 포부를 인터넷 세상에 외치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멈출 수 없어요. “게 섯거라~ 움베르트 에코~!” 따위의 발칙하기 짝이 없는 2000년대 인터넷 기사 타이틀 버전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유아인↗

인생의 2/3 동안 글을 썼다. 이제 3/4을 향해 달려가는 중. 가장 좋아하는 소설인 『장미의 이름』 같은 글을 쓰는 것이 꿈이다.

 

‘아기황제’ 이규락 작가와의 미니 인터뷰💬
“선조들께서는 이 바위가 사람을 홀리는 바위라 하셨지.”

Q. 「아기황제」의 구상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A. 청소년 시절 스티븐 킹의 『그것』을 읽고 공포소설의 매력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공포 공모전에 공모할 기회가 생기면 뭐라도 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설화를 재해석하는 작업은 원래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 머리를 굴리다가 이렇게 쓰게 되었어요. 사실 인터넷 방송 관련한 공포소설을 쓰려고 하다가 아는 친구가 좀 약하다고 해서 급하게 이 소설로 전환해서 쓰게 되었습니다.

 

Q.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A. 구상 자체는 일주일 동안 하고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2주 내인 듯합니다. 작년에 잠시 프리랜서였어서 가능한 일이었는데요. 소설 쓰기 말고도 외주 형태로 회사에서 일을 받거나 하는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가장 소설을 쓰는 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그나마 많이 주어져 있었거든요. 아, 물론 이전에 「귀곡산신전」이라고 하는 비교적 짧은 귀담을 쓴 적이 있는데요. 그 소설을 몇 군데 거울처럼 반대로 뒤집어놓은 형태의 소설이 바로 「아기 황제」입니다. 이 인터뷰를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귀곡산신전도 조만간 브릿G에 올려야겠어요.

 

Q. 본 작품을 통해 특별히 독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나요?

A. 악인으로 나오는 대상을 타자화하는 부분에서 과연 제 의도가 닿을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노골적으로 표현한 부분도 있기도 하고요. 공포물의 기본은 익숙한 대상을 익숙하지 않게 타자화하거나 익숙지 않은 낯설고 타자화된 대상을 일상 전면에 침투시킨다는 것인데요. 그러다 보면 공포의 대상으로 타자화된 인물이나 사물이 ‘악’으로 포장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소설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타자화된 인물을 ‘악’으로만 표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들이 그 부분을 알아차려 주시면 좋겠어요.

 

Q. 설영촌에 관한 이야기는 마치 러브크래프트의 소설과 한국 전승 민담을 섞어놓은 느낌이 있습니다. 혹 이를 의도하신 것인지요. 특별히 마을 묘사를 할 때 신경쓰신 부분이 있는지요.

A. 이 자리를 빌어 정확히 말하자면, 「아기장수 우투리」 설화를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적 기법으로 재해석하고 싶었습니다. 본래 설화에서 등장하는 콩이나 날개 등 주요한 사물을 불길하게 치환하고 싶었고, 러브크래프트 소설에 자주 나오는 거석 신앙 등과 연결해보고 싶었습니다. 해당 신앙을 믿는 주체들은 누구이며 왜 그러한 신을 필요로 하는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고 평화로운 마을의 미스터리를 한 꺼풀씩 벗겨나가면서 그 이야기들을 서서히 드러내고 싶었어요. 또 그런 밀교를 숭배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는 대개 코스믹 호러나 여타 콘텐츠에서 긴 망토와 후드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조선시대 이미지로 치환하면 어떤 게 어울릴까 등도 고민했습니다.

 

Q. 옛이야기하듯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운데요, 이를 위해 따로 참고하시거나 신경을 쓰신 부분이 있으신지요.

A. 고전 코스믹 호러 소설 특유의 장황하면서도 인상적인 묘사와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문체가 어우러지도록 노력했습니다. 아는 지인이 “코스믹 호러는 무드가 절반”이라는 말을 했는데요. 물론 많은 공포물들이 그 특유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코스믹 호러는 더욱이 그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부디 제가 형성한 ‘무드’가 독자분들한테 잘 먹혔으면 좋겠네요. 당대 풍습이나 가옥의 구조, 군현 단위 등 나름 고증에도 신경 쓰느라 빠른 시간 안에 논문을 많이 뒤져야 했습니다.

 

Q. 현재 집필하고 계시거나 구상 중인 소설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배송 드론들끼리 우주에서 전쟁을 하는 와중에 그 배송 드론 중 하나가 연기 로봇이 되어서 은하 유통망을 장악한 유통 회사의 선전 도구가 되었다가 더 큰 소동에 휘말리는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난잡하고 웃기게 쓰고 싶습니다.

 

✍️이규락↗

2018년 문예지 《영향력》으로 작품발표를 시작하여 문예지와 웹진에 꾸준히 단편소설을 실었다. 『2019 제1회 폴라리스 선정작품집』, 『글리치 엑스 마키나: 사이버펑크 앤솔로지』 등을 공저하였다.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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