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 동기인 미영이 육아 문제로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바쁜 회사 업무로 제대로 된 위로를 건네지 못해 괜스런 죄책감을 품고 있다. 그로부터 2주 후, 전화가 걸려온 미영의 목소리는 우울했던 기색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는데 그녀의 말에 따르면 얼마 전 동네 친구를 새로 사귀게 되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그 친구의 이름도 미영이라며, 미영은 나와 다른 미영을 서로 소개시켜 주고자 식사 자리에 초대하는데…….
인간관계의 허상과 이중성을 꼬집으며 텁텁하고 묵직한 긴장과 스릴을 선사하는 「미영」을 베스트 추천작으로 재선정하였다. ‘이름’이라는 공통적인 요소를 활용해 공포심을 극대화시키는 서사 구조는 매우 익숙하지만, 한 인물에 대한 실질적 감정이 점차 공개될수록 이야기의 진상이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모호해진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초반에는 제3자의 입장에서 지극히 무결하고 온전한 지지자로 보였던 주인공이, 오래전부터 고아인 미영에게 느껴왔던 동류의식과 열등감을 어지러이 고백하면서 관계에 존재했던 근본적인 균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관계에서 진짜로 결핍되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뚜렷한 실체가 없는 혼란의 공포 속을 계속해 응시하게 되는 이야기 「미영」은 제5회 작가 프로젝트 선정작으로, 이후 작품집으로 만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