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내재한 신의 힘 ‘메’를 운용하는 신비로운 세계, 그곳에 모든 신의 죽음이 예언된다. 그로부터 30년 후 열 살이 된 불새 일족의 다섯 아이는 자신의 운명과 기질, 그리고 의지에 따라 신을 맞이하는 ‘영신제’를 치른다. 태어나자마자 북쪽에서 내려온 버림받은 자들의 아이 ‘호아 탈루’는 영신제에서 인내를 상징하는 겨우살이 신을 받고, 메를 단련하기 위해 불새와 도깨비 신을 받은 아이들과 함께 인도자 ‘여명을 쫓는 이리’를 뒤따라 마물의 산으로 향한다. 마물의 산 중 하나인 탐욕의 산에서 시험에 든 호아 탈루는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점차 성장해 나간다.
세계를 멸망시킬 신의 힘을 지니고 태어난 아이들의 모험 성장 판타지 『겨우살이왕』은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과 촘촘하게 짜인 동양풍 세계관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어 늘어진다는 인상을 주는 부분도 더러 있었으나, 매끄러운 이야기 흐름과 사건을 긴장감 있게 이끌어가는 힘이 있어 이후의 전개를 기대하며 읽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 놀랍고 방대한 세계의 지도는 이제 막 그려지기 시작했으니 장엄한 프롤로그가 다소 버겁게 느껴진다면 1화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