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인 비르길리아의 하루」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남자들의 영역인 사형 집행인을 업으로 삼게 된 여성과 폭력적인 남편을 살해한 죄로 사형을 언도받은 백작부인의 하루를 그린 단편이다. 사형일인 이 하루는 반전도 전복도 없이 흘러가나, 그 담담한 전개로 인해 더욱 애처롭고 서글픈 감정이 배가된다. 두 사람의 만남은 각자에게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 불과하지만, 이 만남으로 인해 일어난 마음의 파문이 비르길리아의 삶을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키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사형 집행인 비르길리아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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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대상과 대리인이 된 두 여자의 이야기
2018년 12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사형수와 집행인, 두 여자에게 마침내 찾아온 운명의 날
아버지의 대를 이어 십 년째 사형수의 목을 잘라 온 비르길리아. 그녀가 이번에 처형할 대상은 남편을 살해한 죄로 수감된 코헨체른 백작부인이었다. 처형을 코앞에 두고 사형수에게 제공할 마지막 식사를 묻기 위해 찾아간 날, 비천한 자신과는 달리 고귀한 신분의 백작부인의 사연이 궁금해진 비르길리아는 집행인으로서의 철칙을 어기고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경위를 묻는다.
「사형 집행인 비르길리아의 하루」는 제목처럼 사형 집행을 업으로 삼은 주인공에게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비르길리아에게 이날은 여느 일상과 다름 없는 평범한 날이자, 무수한 죄인의 목숨을 거두면서 의문 없이 살아온 그녀의 마음에 파문이 인 특별한 하루이기도 하다. 남성들이 주를 이룬 사형 집행인이란 직업의 여성이 이례적인 여성 죄인의 삶에 관심을 품게 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 자못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