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개성적인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들다

이 작품은 브릿G 초기부터 연재되어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저자는 장대한 세계관을 차근차근 구축해 나아가고 있는데, 긴 연재 기간과 달리 아직 28편 정도인 이유는 작품이 휴재와 재개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작품을 집필하는 저자의 고심이 얼마나 깊은지 연재가 이어지는 화를 볼 때마다 절감한다. 지난 추천사에서 아직 도입부라고 얘기한 부분이 여전히 유효한 게 아쉽긴 하지만, 그 사이 좀 더 많은 캐릭터와 이야기가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캐릭터인 ‘카라’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더딘 발걸음을 재촉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오지만, 저자가 차곡차곡 쌓고 있는 독창적 세계관이 충분히 드러날 때까지 차분히 따라 읽는 것 또한 성실한 연재를 이어가는 저자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싶다.

2017년 3월 넷째 주 편집부 추천작

대중을 사로잡을 만한 가능성이 엿보이는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 『반지의 제왕』, 『어스시의 마법사』 등 출간작 중 판타지 소설의 대표작들이 많다보니, 투고 원고의 장르도 판타지 소설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투고된 판타지 소설이 출간에 이른 경우는 안타깝게도 아직 없다. 대중 독자들에게 ‘국산 판타지’라는 장르가 그다지 끌리지 않는 부류로 치부되다보니, 어지간히 잘 쓴 작품이 아니고선 쉽사리 출판을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대중 독자와 국산 판타지 소설의 거리가 벌어지게 된 이유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지나치게 세계관에 집중한 경우다. 특히 전승 판타지 소설 경우는 세계관 구축에서부터 인물관계까지 많은 공을 들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설정을 꼭 독자들이 알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설정 설명에 치중하는 경우다. 작품에 적응이 된 독자라야 설정을 보는 재미가 있지 그게 아니고선 그저 작가가 애써 설명하는 세계관에 감흥을 느낄 독자는 없다. 개인적으로 좋은 작품은 굳이 세계관을 나열하지 않아도 이야기의 흐름에 자연스레 전체 설정이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로 복잡한 이름들이 난무할 때이다. 과거 출판물엔 소설 속 등장인물 설명을 맨 앞장에 넣곤 했다. 혹여 독자들이 몇 나오지도 않는 인물들이라도 혼동할까봐 친절한 스포일러와 함께 달아놓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는데, 이는 독자들이 낯선 이름에 다소의 저항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판타지 소설엔 낯선 이름을 가진 인물과 지명이 너무 많이 나온다. 이미 장황한 세계관으로도 벅찬데 알아야 할 이름과 지명이 수십 종씩 등장하면 일반 독자들은 스토리에 몰입하기 전에 책장을 덮어버리고 말 것이다.

셋째, 판타지라도 뭐든 자유로운 건 아닌데, 이를 간과하는 경우다. 사건이나 인물의 배치에 개연성과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판타지니까 모든 게 용서된다는 식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있다. 창조한 세계를 좀더 탄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선 그 세계 안은 더 철저히 ‘현실’적인 구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판타지론을 장황하게 주절거린 이유는 연재작 『피를 머금은 꽃』에 대해 말하기 위함이다.

이 작품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떠돌이 자매를 따라가며 시작된 이야기는, 조금씩 더디지만 충실하게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을 첨가하며 독자들에게 자연스레 설정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작품 속 등장인물 중 상당수는 가급적 직업이나 특성만으로 묘사해 일반 대중에게 줄 수 있는 이질감을 최소화했으며, 무엇보다도 작중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그에 얽힌 인물의 행동이나 정황 등이 현실적이고 타당한 이유를 수반하고 있다는 점이 박수를 쳐줄만하다. 물론 카라의 다소 초인간적인 모습이나 어투 등은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작품이 가진 기조를 흔들 정도는 아니다.

『피를 머금은 꽃』은 아직 도입부에 불과하다. 모든 소설이 그렇듯 흡인력 있는 도입부와 충분히 긴장감을 유지해 줄 만한 사건, 그리고 작품 전체를 관통할 큰 줄기 등은 필수 요소이다. 『피를 머금은 꽃』은 아직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이 여럿 보인다. 그러나 이 정도면 연재작으로서 충분히 읽고 즐길 만한 도입부라 생각된다. 카라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연재작을 계속 따라 읽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