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귀가하던 길에 또래 패거리들에게 폭력을 당하고 의식을 잃는다. 그러나 기분 나쁜 꿈을 꾸는 듯한 불쾌한 감각을 느끼고 정신을 차린 지명의 눈앞에 있던 것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낯선 곳에 유기된 자신의 육체. 이윽고 ‘안내자’, 즉 저승사자가 나타나서 사람은 죽으면 사흘간 이승에 남게 되며 신체가 온전하다면 되살아날 가능성도 아주 없지 않다고 알려 준다. 영혼 상태의 지명은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버려진 몸을 발견해 줄 사람을 찾아 나선다.
유령이 된 고독한 10대 소년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다룬 「내 얘기를 들어줘」는 특별히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묘사가 있는 것은 아님에도 따돌림이나 외면의 상황을 섬뜩하게 보여 준다. 길지 않은 삶을 되짚는 소년의 심리가 잔잔하고 절절하게 그려져 때로 괴로울 수 있지만, 작가의 코멘트에서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으니 끝까지 읽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