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정말로 그, 슈퍼맨 같은 게 될 수 있다는 거죠?”
어느 날, 한 남자가 초인 설계 사무소를 찾아와 이렇게 묻는다. 삶이 이토록 팍팍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세상이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고, 이 부조리를 어떻게든 해야겠기에, 남자는 초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초인등록소에서 초인이 되는 규칙은 의외로 간단했다. 초월적인 능력을 얻는 대가로 ‘존재의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남자는 초인의 존재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할 만한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일 뿐이었다. 고민 끝에 설계자는 두 가지 선택지를 남자에게 제시한다.
바로 그 선택의 끝에서 초인 ‘보이드’가 만들어졌다. 전능하다시피한 힘을 얻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 보이드는 침몰하는 배를 건져 올리고,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구조적인 적폐를 청산하고, 파렴치한 건물주에게 철퇴를 가하는 등 여러 업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 남자가 지불하기로 선택한 존재의 비용에는 치명적인 딜레마가 뒤따르는 것이었는데….
「존재의 비용」은 막대한 힘의 크기와 환산되는 존재의 가치에 대한 풍부한 고찰과 문제의식이 뛰어난 히어로물이다. 차원마다 존재하는 ‘설계자’의 설정을 통해 ‘초인’의 당위를 설파하고, 그들의 활약을 통해 부조리한 세계의 면면을 살피며, 초인에 대한 기막힌 존재론적 통찰은 빈틈없는 상상력으로 활자 사이를 누빈다. 또한,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업적을 이루는 초인 ‘보이드’의 활약은 비록 소망에 가까운 것이라 할지라도 통쾌함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