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스코틀랜드 북서쪽을 다스린 귀족 계급이었으나, 오랜 세월 동안 스코틀랜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집안에서 태어난 콜린 라덴. 몸이 약했던 소년은 요양 중에 홀로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걸어서 넘어갈 수 있는 안개 속 섬의 환영을 보곤 했었다. 건강을 되찾은 후 사립학교에 진학하고 옥스퍼드에 입학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어가는 와중에도, 어린 시절에 각인된 섬의 환영은 종종 그가 약해질 때마다 지독한 갈증을 느끼게 한다.
스코틀랜드 작가 존 버컨의 「머나먼 제도」는 켈트 신화의 아발론 섬(사과나무의 섬)의 환영에 사로잡힌 20세기 전후 청년의 갈망과 파국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유려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한 집안에 같은 환상이 대물림되어 내려온다는 설정이 자못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