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비혼주의자들이 한 번쯤은 꿈꿔 봤을 상황이 여기 있다. 일명 ‘내 축의금 돌려 줘!’. 아무래도 나이를 먹다 보면 자동 지출되는 경조사비(결혼식, 돌잔치로 이어지는 축의금의 향연)에 기혼자들에 비해 비혼 상태로 있는 것이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기 마련일 터. 그래서 여기 용감하게 지금까지 지출한 축의금을 돌려받기 위해 나선 이가 있다. 그리고 혼자서는 말도 꺼내기 어렵다는 그녀를 위해 전일도 탐정 남매가 함께 나선다.
「나의 비혼식」의 등장인물들 하나하나의 사연은 우리 옆의 누군가에게 흔히 있을 법한 일들이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인생살이의 고달프고 씁쓸한 일면들을 유쾌한 입담으로 버무리는 작가 특유의 전개 방식에 힘입은 경쾌하고 유쾌한 이야기는 가독성이 좋다. 결혼 후 바로 이혼을 한 친구에게 축의금을 되받으러 갔을 때, 의뢰인의 친구가 늘어놓는 사연은 모니터 화면을 훌쩍 넘어서는데도 신기하게 한 자 한 자 놓침 없이 잘도 읽힌다. 의뢰인이 자기 대학생 때에 초딩이었던 남자랑 썸을 탈지 연애를 할지 결혼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누구나 결혼하지 않아도 축복받을 수 있어야 마땅하므로, 그녀의 앞날에 부디 행복이 가득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