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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궁중 암투 속에서 연대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

「다시 쓰는 장한가」는 제목처럼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서사시 ‘장한가’를 재해석한 단편으로, 역사 속 인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세세한 묘사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특히 정략적 판단이 뛰어나면서도 한켠으로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물로 그려지는 양귀비가 인상적인데, 그간 역사 속에서 ‘경국지색’으로 불리던 인물들이 얼마나 천편일률적으로 묘사되어 왔는지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나라의 운명을 위태롭게 하는 미인이라니, 현대인의 눈으로 보자니 얼마나 궁색한 책임 전가로 느껴지는 표현인가. 앞으로도 이런 시도의 작품을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2018년 5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서사시

당 현종은 아버지 예종이 적황색 털을 지닌 사자개의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나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붕어하자, 태상황의 자리를 사자개에게 넘긴다는 교지를 내린다. 졸지에 새 태상황을 그림자처럼 보필하게 된 궁녀 한씨는 기구한 사연을 지닌 인물이었다. 언관이었던 한씨의 아버지는 현종이 며느리인 양씨를 궁으로 데려와 직위를 내리려 했을 때 격렬히 반대하며 직언을 하였다가 참수를 당하고 식솔들은 모두 노비가 되고 말았다. 원수 같은 이들을 섬겨여 하는 울분을 삼키며 유일한 위안인 사자개를 돌본 지 십 년이 되어 가는 때, 귀비가 된 양씨가 한씨를 자신의 처소로 몰래 호출한다. 태상황과 함께 오라는 말과 함께.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백거이의 ‘장한가’를 재해석한 이 대체역사물에서 양귀비는 예사롭지 않은 정치적 감각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경국지색, 요부, 악녀 등으로 불리던 역사 속 여성들을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종종 있어 왔지만 아직은 늘 새롭고 반갑게 느껴진다. 살벌한 권력 암투가 벌어지는 궁중 속에서, 은원으로 연결된 두 여성의 의연함과 연대가 주는 잔잔한 감동을 놓치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