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어느 날 백자 하나를 늙은 스승에게 내보인다. 스승은 탄복하며 제자의 솜씨를 칭찬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심경이 복잡하다. 그 백자는 사실 그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전, 도제 시절을 함께 보낸 라이벌이자 수십 년 전 홀연히 잠적한 여인의 것이다. 게다가 마치 그를 농락하듯 백자만 놓고 다시 자취를 감춰버린 상태다.
지난 2월 편집장의 시선에서 선보였던 이 작품을 다시 보는 추천작으로 올린다. 누군가에게 들려주듯 나긋나긋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나름의 흡인력을 갖추고 있다. 비록 예측에 어긋나거나 특별한 반전이 있는 전개는 아니나 구성이 잘 짜여져 있고, 특유의 분위기를 잘 담아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