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한옥에 숨겨진 의문의 방울 상자에 얽힌 이야기가 흡인력 있게 펼쳐지는 공포 단편 「상자의 주인」을 베스트 추천작으로 재선정하였다. 신묘한 이 상자는 상자 안에 쓰인 이름과 같은 이름을 지닌 사람이 열었을 때에는 큰 복을 받지만, 다른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열게 된다면 큰 재앙이 내린다는 속설이 있다. 이 상자의 존재를 알게 된 안하무인의 무뢰한 삼촌과 할머니의 인생사가 굴곡지게 펼쳐지는 가운데 씁쓸한 결말의 여운 또한 무척이나 짙고 오래 남는 작품이다.
상자의 주인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폭주하는 욕망과 어리석은 소망을 그린 호러 미스터리
2021년 2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사람은 내 것이 아닌 복을 바라지 말고 살아야 해.”
어릴 적 화재로 부모를 잃고 할머니 손에 자란 나에게는 나보다 고작 4살 많은 문제아 삼촌이 하나 있는데,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와는 이복 남매, 즉 할아버지의 첩이 낳은 아들이다.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도 삼촌을 거둔 할머니는 삼촌의 불손한 행동거지를 참기만 하고, 삼촌은 점점 더 안하무인의 무뢰한이 되어 간다.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처럼, 첩이 낳은 아들을 사람 구실 못하게 키우는 것이 할머니의 빅 픽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복을 부르는 방울 상자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옛날 큰 부자가 살았던 오래된 한옥 어딘가에 방울이 든 상자가 있고 그 안에 이름이 하나 써 있는데, 이름이 같은 사람이 상자를 열면 엄청난 복을 가져다준다는 것. 삼촌이 방울 상자 본 적 있냐고 할머니에게 묻자, 할머니가 꺼내놓은 이야기는 상자를 열어 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수준으로 자세하다. 할머니가 상자를 본 적이 있다는 걸 직감한 삼촌은 상자 어디 있냐고 어서 내놓으라고 할머니를 위협하는데.
멈추어야 할 순간을 찾지 못한 채 폭주하는 욕망과 미련하고 어리석은 소망을 그린 호러 미스터리 「상자의 주인」의 첫 시작 부분으로 돌아가 보자. 어릴 적 들어본 적이 있는 복을 부르는 상자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하던 나는 보는 순간 그것이 바로 그 상자임을 알아차린다. 동시에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그날의 기억이 어제처럼 되살아난다. 복을 주는 상자에는 주인이 정해져 있거늘, 과연 내 것이 아닌 복을 불운이 닥치기 전에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할머니의 굴곡진 인생사가 기기묘묘한 ‘대감마님 귀신’과 얽혀 흡인력 있게 펼쳐지는 가운데, 그녀의 선택이 불러온 결말은 씁쓸하고 안타깝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