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지 않는 키 때문에 그다지 평탄하지 못한 성장기를 거친 한 소년은 어른이 된 후 서커스단에 들어간다. 작은 몸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이었지만 관객들의 동정과 조소에 지쳐 가던 참에 한 노부인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그가 함께 춤을 춘 적 있는 말괄량이 소녀의 어머니로, 사고를 당한 후 시름에 잠겨 있는 딸의 기분을 돋워 달라며 찾아온 것이었다. 노부인의 요청을 수락하기는 했지만, 문병이든 위로든 처음인 남자는 고민에 빠지는데…….
왜소증인 한 남자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는 삶을 압축적이면서도 담담하게 담은 「고양이와 춤추는 남자」는 큰 굴곡이나 갈등 없이 직선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매력적인 묘사로 선명하게 장면들을 머릿속에서 그려 나가고 캐릭터의 심리를 엿보게 한다. 타고난 신체로 원치 않은 주목을 받아야 했으나 우스꽝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거부한 주인공의 선택에서는 잔잔한 울림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