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떠도는 기이한 이야기를 시골 사람이 전해준다는 명확한 콘셉트의 괴담 시리즈를 본 적이 있는가? 매 작품마다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는 화자(나)가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개인의 과거사나 가족, 지역과 관련된 괴담들이 시대와 소재를 불문하고 다채롭게 펼쳐진다. 오래 전 폐가 체험 현장에 얽힌 후일담을 다루는 첫 편 「그을린 폐가」를 시작으로, 전국의 경로당을 돌며 들었던 오싹한 이야기, 친구 조모의 장례식장에서 겪은 괴이한 일, 해방 후 부산 주민에게 직접 들었다는 이야기 등 감각을 자극하는 각양각색의 괴담들을 만날 수 있다. 담담한 말투로 읊조리는 듯한 화자는 단순히 서술하는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경험담에 대한 소회를 덧붙이기도 하고 코멘트를 활용해 괴담의 여운을 완성하기도 한다. 때문에 가끔은 본편보다 코멘트를 읽고 나서 더 오싹함이 몰려오기도 하니 이 여름,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면 오늘 밤 당장 이 시리즈를 꺼내 읽기를 권한다. 단, 한밤중에는 어중간한 밝기의 불빛은 켜지 말도록.(그 이유는 작품 속에 있다.)
※ 이번 주 추천작은 공포&괴담 특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