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제작되어 군에 납품된 안드로이드 SJ4-548K2는 우주 전쟁에서 돌아온 후 민간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가 숲속 낡은 암자에 있는 영선 스님에게 보내진다. 스님과 안드로이드는 안드로이드의 소유권, 불상과 진리, 인간의 습성, 생명의 화두(話頭), 영혼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이를 궤변이라 말하는 안드로이드에게 스님은 자신의 제자가 되지 않겠냐며 묻는데…
「봄이 지나가면」은 영겁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가는 안드로이드의 일생을 출가 후 구도의 의미를 찾는 여정으로 흥미롭게 그려 낸다. 이 여정에서 스님과 손님인 안드로이드는 사계절을 함께 보내며 손님에서 선재라는 이름의 불제자로 변모하고, 궤변에서 구도(求道)의 대담으로 나아간다. 인간만이 영혼을 가지는가, 영혼은 윤회하고 인연은 존재하는가 등 SF의 화두를 불교라는 소재로 담담하게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