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읽어 보지 않은 사람은 많을 수 있어도,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188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20세기 전반에 걸쳐 활약한 그녀는 인물의 ‘의식의 흐름’을 따르는 기법을 사용한 혁신적이고 선구적인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녀의 작품 중에 대표작 『댈러웨어 부인』이나 틸다 스윈튼 주연으로 영화화된 『올랜도』, 그리고 대표적인 페미니즘 에세이 『자기만의 방』 외에도 현대문학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세계 여러 대학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등대로』이다.
대학원생 윤서의 논문 주제는 ‘버지니아 울프’인데, 윤서가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를 읽으며 글자 하나하나에 밤을 지새우던 울프의 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문일까, 그녀의 논문은 지도교수로부터 ‘버지니아 울프에게 보내는 팬레터’라는 평을 듣는다. 대학원 사람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윤서는 불문과에서 프루스트를 소환하는데 성공했다는 얘기와 함께 세계의 대문호들을 소환하는 방법을 듣게 된다. “뼈저리게 후회하는 순간”에 불러야만 소환에 성공할 수 있고, 소환에 성공하더라도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잃게 된다는 이야기. 그리고 윤서는 복잡한 심사 속에 ‘버지니아 울프’의 이름을 불렀다가 그녀의 방문을 받게 되는데.
회색 양모 코트를 입고 비에 젖은 구두를 신은 채 윤서를 방문한 버지니아 울프가 유창한 한국어로 윤서의 논문과 생활에 끼어들기 시작할 때, 이 소환이 현실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윤서의 논문이 해체되고, 재조합되고, 윤서와 울프가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충고를 나누는 모든 순간의 대화가 기이할 정도로 현실적이므로. 그리고 윤서의 논문이 마무리되고, 울프와 윤서가 이별하는 순간 윤서가 잃게 된 것은 정말 잔인할 정도로 소중하기에 아찔한 대리 슬픔을 선사한다. 다행히 작가가 안배한 마지막 장면의 유머가 그 슬픔을 희석할 수 있게 도와준다. 버지니아 울프를 전혀 모르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 본작은 제9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