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흘산 자락 초개현에 새로 부임한 현감 장우벽은 죽어 장례까지 치른 배다른 고모 이막갑이 집에 돌아왔다는 이술원의 신고를 받아 초곡마을을 찾는다. 장우벽이 마을에 당도한 때, 마침 시체 냄새를 풍기면서도 밥을 퍼먹고 있던 ‘그것’은 갑자기 자신의 매장지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 사라진다. 처음엔 산 채로 묻힌 이막갑이 깨어나 무덤에서 스스로 탈출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던 장우벽은, 이막갑이 누가 보아도 진짜 죽은 자(시체)가 맞아 보인다는 점에 당황한다. 그는 오작의 충고를 받아 구흘산 회혼촌의 선비 조현에게 도움을 청하고,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기억 속 조현 일가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혼(魂)과 백(魄)의 시간」은 「입춘벽사문」, 「삼인행 필유적사」, 「창귀전」에 이은 ‘조선 괴력난신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다. 해마다 입춘이면 벽사문을 붙이던 풍속을 소재로, 과거 시험을 치르러 산을 오르던 선비가 만나는 마물들이 “이따가 이따가” 하고 속닥거리며 사라지는 섬뜩한 이야기부터, 공자의 말 ‘삼인행 필유아사’ 대신 ‘삼인행 필유적사(세 명이 길을 가면 한 명은 ‘붉은 뱀’이다)’를 활용한 ‘이중에 하나가 범인’ 격의 스릴러를 거쳐, 슬픈 여인의 인생을 화끈한 복수극으로 재탄생시킨 작품까지, 회혼촌의 꽃 선비 ‘조현’이 등장하는 흡인력 강한 이 조선 공포물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에서 우리는 주인공 ‘조현’의 정체(과거)를 일부 더듬어 볼 수 있다. 남녀와 반상의 구별이 엄격한 신분제 사회의 특성으로 인해 억울한 인생사가 많은 조선을 배경으로 하기에, 이야기들마다 한과 슬픔이 난무하여 결말에서 강렬한 카타르시스 혹은 더한 먹먹함을 얻게 된다. 그만큼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작가의 이야기 푸는 솜씨가 기가 막힌 작품이다.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