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선보인 데뷔작이 예기치 않은 히트를 치며 화려한 명성을 얻게 된 작가 ‘제로’는 그 압박감으로 인해 후속작을 제대로 시작도 못 하고 있는 상태다. 제로에게는 그의 신체 활력 징후 감지는 물론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알려 주는 인공지능 스피커 ‘뮤즈’가 있는데, 그의 현 상태를 분석한 뮤즈는 후속작에 대해 도발적이고 과감한 제안을 건넨다. 한편, 한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메아리’는 내부에서 활용되는 베스트셀러 예측 AI인 ‘마이다스’를 절대적으로 맹신하는 인물이다. 마이다스 프로그램이 다음 베스트셀러 최적의 후보로 작가 제로를 예측하고 지목하자, 메아리는 그와 접촉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내고자 혈안이 된다.
「AI의, AI에 의한, AI를 위한 소설」은 책이 기획되고 시장에 출간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AI의 역할과 그 주변부 인물들의 씁쓸한 초상을 다룬 작품이다. 브릿G에 등록된 또 다른 단편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와 비슷하게 출판업계에서 쓰이는 AI의 역할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도, 전개되는 이야기의 양상은 판이하게 다르다. 출판사에 대한 묘사나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이 다소 작위적이고 과장된 느낌은 있지만, 글을 쓰는 작가와 책을 만드는 편집자뿐만 아니라 만들어진 책을 소비하는 독자까지 아우르며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예술이라는 창작 활동에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어떻게 침투할 수 있는지를 다채로운 상상력으로 펼쳐 보인다. 작품 제목은 작중 소설의 제목으로도 쓰이며 일종의 메타픽션으로서의 재미 또한 선사하는데, ‘예측 가능하고 생산 가능하며 통제 가능한 공산품’이 된 문화 예술의 위상 변화를 그리는 미래의 상상도는 왠지 오싹하게 느껴진다. 바야흐로 인공지능 시대로 나아가는 기로에서, 이제는 인공지능의 활용이 일상화된 이야기를 SF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고민마저 드는 요즘이다.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