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점심시간에 잠깐 도서관을 들렀다가 돌연 어딘가로 납치된다. 복면이 벗겨지고 정신이 들었을 때 보이는 것은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의자에 팔다리가 꽁꽁 묶인 채로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온갖 스릴러 명작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가운데,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항해도 소용없다.” 그 위협과 함께 등장한, 얼굴을 가린 세 사람. 그들은 ‘내’가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이렇게 끌려온 것이라 말하는데.
요 몇 년 새 특정일에 연체자의 대출 제한을 해제해 주는 도서관의 ‘대사면’ 이벤트가 자리를 잡은 듯하다. ‘대사면’이란 비장한 단어가 어째 몹시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이 단편 「도서연체의 말로」는 역으로 연체라는 ‘대죄’를 저지른 독서가에게 일어나는 황당무계한 사건을 위트 있게 그린다. 독서가를 처벌하는 집행자 역시 책에 일가견이 있는지라, 공통의 독서 경험을 두고 하는 뜨거운 설왕설래에서는 묘한 희열이 느껴지기도 한다. 끝내 집행자의 정체를 알아낸 연체자가 다다르는 ‘말로’는 과연 무엇일까. 그 파괴력 넘치는 처벌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