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춘화를 그리며 홀로 그림을 습득하던 연녹이 사는 가종도에 한 노인이 나타난다. 왕실의 화가였으나 범접해서는 안 되는 것을 그리는 죄를 범해 오른손이 잘린 노인은 연녹의 재능을 알아보고 스승이 된다. 세월이 흐른 후, 왕실 깊은 곳에 갇힌 아름다운 신 요희(妖姬)가 삼십 년마다 벗는 허물을 불태우며 복을 기원하는 ‘화경제’를 앞두고 섬을 불태우려는 자들이 나타난다. ‘세상의 끝은 바다에서 올 것이다’는 예언 때문이라는데.
신화적인 성격의 이야기가 대체로 그러하듯, 거울 속에서 벗어난 뱀 신이 등장하는 「화경제」도 피하려 했으나 끝내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다룬다. 고립된 섬에 사는 재능 있는 소녀가 죄를 지은 왕실 화가의 가르침을 받는다는 부분에서부터 어떻게든 이 소녀가 섬을 탈출해 스승의 과거에 가닿을 것임을 짐작하게 하지만, 지루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깊은 수면에서 튀어나올 무언가를 가만히 기다리며 지켜보는 듯이 궁금증을 자극하는 전개 끝에 있는 것은 의외라고 느껴질 정도의 거대한 사랑이다.
*본작은 제6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