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를 들여서 만들어 낸 시뮬레이터가 있다. 그것의 이름은 들어간 금액을 본따 지은 ‘구조’다. 구조의 몸을 테스트 베드로 하여 거친 모든 실험은 결과적으로 성공한다. 인간의 신체 구조를 고스란히 재현해 낸 기술 덕분인지, 혹은 복잡한 신경망이 일종의 ‘신기’를 발휘하여 실험을 하기도 전에 결과를 도출해내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을 치유한다는 명목하에서 자행되는 끔찍하고 괴로운 실험 앞에서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존재가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그것을 묵과하는 것이 마땅한가, 그것을 멈출 수가 있는가에 대해서 물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조건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나름의 답안을 보여준다. 구조는 인간과 매우 흡사하고, ‘자연스러운 유기물’이라 인간의 생체 조직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것만 언급될 뿐 정확한 생김새는 묘사되지 않는데, 이 역시 인간의 본질이란 모호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연출로 작용한다. 구조의 이름은 정말로 개발비인 9조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를 억압하고 희생시켜 성공을 쟁취하려는 구조(構造)일 수도 있고, 그녀와 그녀의 전신들이 간절히 보내던 구조(救助)신호일 수도 있다. 아름답고 탄탄한 소설로, 독자라면 ‘애정작’이라고 내세울 만한 소설이다.
*본작은 제6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