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차 편집부 추천작

빛과 어둠의 힘이 공존하는 나무 대륙에서 꽃처럼 피고 진 목숨들의 이야기

반역죄로 남편을 잃고 유폐된 녹옥공주가 혼외로 낳은 아이인 반(半)공주 서미를 따라 어릴 적 두 사람이 함께 자란 ‘이름 없는 산’ 밑 ‘고래등걸’로 오게 된 무화. 7년 전, 궁궐로 복귀하는 어머니를 따라 마을을 떠날 준비를 하던 서미가 홍등가로 팔려가던 무화를 구해 주러 온 이래, 두 사람은 신분을 넘어선 친구 사이가 되었다. 서미의 존재를 알게 된 목(木) 왕실은 공주를 데리러 오지만, 정작 서미를 왕궁으로 입궐시키지 않고 고래등걸 봄 축제로 보낸다. 그 여행에 목국의 최고 권력가인 적송가의 장남 반하가 동행하는데, 유명한 미남인 반하의 미모에 서미는 호감을, 무화는 경계심을 느낀다. 한편 고래등걸에 도착하자, 영주 태산은 서미에게 청혼을 넣고, 7년 전 화재 사건을 언급하며 서미를 위협하는데…….

“세상은 한 그루의 나무, 목숨은 매일 피고 지는 꽃…… 빛에서 난 옥과 심연에서 난 어둔. 그 가운데에 용들이 있나니…….” 『나무 대륙기』는 신비한 힘들이 인간과 공존하는 세계, 나무 대륙을 중심으로 한데 얽힌 두 소녀의 운명을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신분 차이가 나는 두 소녀의 위태위태한 우정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굴러가는 두 사람의 인생과 더불어 다양한 주조연의 비밀들이 얽혀들면서 점차 확장되어, 마침내 온 세계를 멸망으로 이끌 수도 있는 대혼란으로 이어진다. 궁중의 권력 다툼과 신분 바꿔치기라는 고전적인 소재를 끊임없는 음모와 위기로 엮어내는 작가의 손길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 새 황홀한 무늬를 갖춘 태피스트리를 마주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래등걸의 어두운 밤거리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작가의 빼어난 묘사는 독자들을 낯설고 기이하지만 매혹적인 환상 세계로 손쉽게 끌어들인다.

황금드래곤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20년 가까이 글을 쓰며 활발한 활동을 벌여 온 작가 은림은 대사 하나를 수십 번도 더 고치는 완벽주의다. 작가는 “쓰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아서, 이 작품을 쓰지 않고는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아서” 이 글을 쓸 수밖에 없었노라고 회고했다. 작가가 필연적으로 써내려 간, “그래서 계속 해 보기로 했던, 남자가 아닌 ‘여자’ 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를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