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서울에 오면 남산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좀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딸은 엄마를 그곳에 데려간 적이 없다. 그리고 좀비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딸은 뒤늦게 효도 아닌 효도를 시작한다. 좀비물답게 피튀기는 공포와 스릴이 있으면서도, 엄마와 딸이라는 보편적인 관계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눈물샘을 한 대 갈기기라도 하듯 감정선을 자극한다. 제 9회 ZA 문학 공모전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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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라는 것.
2023년 10월 1차 편집부 추천작
미안타, 하고 싶은 거 몬하게 해서.
서울이라고 해 봤자 별거 아니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비교적 쉽게 서울에 왔다 갔다 할 수 있고, 거기 있다는 온갖 좋은 곳에 들락날락할 수 있다. 하물며 버스까지 정상까지 친절하게 다니는 남산이라면 혼자서라도 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엄마는 서울에 가면 꼭 남산에 가고 싶다고 했다. 경기도 인근 외곽 빌라에 살 정도면 혼자서라도, 아니면 친구들이랑 언제든지 갈 수 있을 텐데도 꼭 남산에 가고 싶다고, 구경도 해 보고 자물쇠도 달아 보고 싶다고 항상 딸에게 말하곤 했다. 서울이라고 해서 물건이 좋은 것도 아닌데, 오히려 지방의 어느 도시보다도 남루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많은데 엄마는 꼭 서울이 억수로 좋다고 했다. 그러나 왜인지, 딸은 그런 엄마의 부탁을 들어주기가 싫었다. 엄마가 좀비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그전까지는 엄마가 왜 남산에 가고 싶어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좀비 소설이다. 피가 튀기고 잔인하다. 엄마 뒤에 A가 붙은 이유는, 조각조각 난 시체 중에서 엄마의 머리가 붙어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엄마 B도 있고 엄마 C도 있다. 그러나 아포칼립스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멸망의 풍경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노래를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고, 좀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죽어 가는 와중에서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이 잔인하면서도 뭉클한 소설을 싫어할 리가 없다. 게다가 엄마와 자식의 관계라면 그 사이에 어느 이상한 일이 일어나든지 누가 감히 이해하지 못할까. 엄마인데, 딸인데.
*본작은 제6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