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일이라고 묻어 두었던 기억이 갑작스러운 형태로 다시 나타나 마치 발목을 붙잡듯 따라다니는 것은 얼마나 소름 끼치는 경험일까. 「저녁이 없는 너의 세계는」의 화자는 평생 홀로 간직해 온 비밀을 독자에게 내밀하게 털어놓으며 유년 시절의 어두운 기억을 끄집어낸다. 숨바꼭질을 하던 중 실종된 9세 남아와 이 사건으로 막연한 죄의식을 느끼고 서로 멀어진 아이들, 시일이 흐른 후 무리 간의 암호나 마찬가지였던 동요가 거듭 확산되는 현상을 보며 커져 가는 의혹. 으스스한 괴담 같던 그 기억은 화자가 동요의 작동 원리에 대한 한 가지 가설을 세우자 새로운 색채를 띠며 감동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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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동요에 숨겨진 퍼즐 조각
2023년 9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숨바꼭질 놀이의 가사에 숨은 사연
아동 복지 시설을 방문한 담당 공무원 ‘나’는 원장과 면담하던 중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꺼내며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라는 숨바꼭질 노래의 기원이 사실 자신이라고 밝힌다. 정확히는 ‘치맛자락 보인다’라는 가사를 ‘머리카락 보인다’라고 바꾸었다고. 30여 년 전, 경기도 포천으로 이사 온 내게는 같이 놀 친구가 많이 생겼는데, 그중 날 때부터 금발이었던 영태는 눈에 띄는 아이였다. 그런데 늘 시간을 보내던 방식으로 아이들이 숨바꼭질을 하던 어느 날, 영태가 실종된다.
「저녁이 없는 너의 세계는」은 현재 널리 퍼진 숨바꼭질 가사의 기원에 대하여 흥미로운 상상을 펼친다. 화자가 어린 시절 별다른 생각 없이 개사하여 부른 노래는 머리색이 눈에 띄던 한 아이의 실종과 함께 잊히는 듯했지만, 한 해가 지난 후 귀신이 함께 놀아준다는 소문과 함께 무시무시한 속도로 확산된다. 그리고 소문은 소문으로만 끝나지 않고 성인이 될 때까지도 화자의 인생을 따라다니는데, 섬뜩한 동시에 서글픈 감정을 자아내는 이야기에서 눈을 떼기 힘들다. 구전과 괴담의 특색을 긴장감 넘치게 잘 살린 매력적인 공포물이다.
*본작은 제6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