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혈손전(外者血孫傳)

  • 장르: 호러, 역사 | 태그: #뱀 #동양풍 #조선시대 #여성주연
  • 평점×55 | 분량: 104매 | 성향:
  • 소개: 대감에게는 고명딸이 하나 있었다. 늦둥이로 태어난 그 아씨의 이름이 무엇인가 하니, 글쎄, 무명(無名)이라 하더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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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아버지를 배반하여야 한다, 아버지가 딸을 먼저 배반하였으므로.

대감집 고명딸이라고 하지만 박복한 운명이다. 이름부터가 무명(無名)이다. 아무리 대감집의 유일한 딸이라고 하나 서얼의 자식인 탓일까. 들짐승을 죽여 술로 담가 먹는 취미를 가진 대감이 그 고약한 성정을 딸에게도 발휘한 탓일까. 아가씨는 집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다. 지금껏 대감이 죽여 술로 마신 들짐승들은 원한을 품었을 것이고, 그 들짐승이 딸에게 손을 뻗치는 것까지는 예사로운 소설적 서사다. 그러나 그 뒤로 이어지는 이 대감집 아가씨의 비밀까지 예사롭지는 않다. 호러와 스릴러 사이의 적절한 배합이 도드라지는 걸출한 단편 소설로,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은 충분히 자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부터 피 혈(血)자가 들어가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긴장감이 일품이다.

2023년 2월 2차 편집부 추천작

그야말로 오랜 이야기의 힘을 그대로 보여주는 소설.

술을 좋아하고 사냥에 미쳐 있기로 유명한 대감이 하나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시켜 들짐승을 잡고 그 시체로 술을 담갔다. 살생의 죄악을 그렇게나 쌓아올린 것으로도 모자라 심지어 성격이 인색하고 흉악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대감에게는 죽은 첩의 몸에서 태어난 딸이 있었다. 무명. 그것이 그 아씨의 이름이었다. 제대로 된 이름 하나 없으니 무명이 대감집에서 받았던 대우는 능히 짐작이 가능한 것이었다. 무명은 집안의 살육에 지쳐 혼자서 뇌까린다. 절간에 들어가 비구니가 되었으면 한다고. 그러나 무엇인가, 인간만은 아닌 것이 무명의 혼잣말에 대답을 해왔다. “아씨, 아씨. 왜 그런 생각을 하시나이까?” 이 집안에 오랫동안 얽혀 있는 비밀을 푸는 단초였다.

주인 대감의 난행, 사랑받지 못하는 서얼, 심지어 죽은 첩의 딸. 언뜻 보면 평범하고 예측가능한 이야기로 오해받을 수 있으나, 「외자혈손전」은 그러한 통념을 멋지게 뛰어넘고 때로는 오히려 역으로 활용하며 시원스럽게 스토리의 맥을 이어나간다. 서얼의 딸로서 주인공이 정확히 어떠한 차별을 받는지, 또한 주인공이 어떠한 힘을 지녔으며 어떠한 고난을 맞닥뜨렸는지, 적재적소에 사건을 배치하고, 중요한 비밀이 밝혀지려는 찰나 대번에 장면을 전환해 버리면서 독자들을 도발하는 듯한 전개 역시 도드라진다. 호러 작품이기는 하지만 기괴하고 음울한 장면의 묘사는 적고, 오히려 굵직한 서사로 이어지는 스릴러의 매력까지 갖추었으니 호러 소설이라면 덜컥 겁을 먹는 독자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