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둘째 주 편집부 추천작

한국적 기담의 묘미를 풍부하게 다져넣은 보기 드문 추리물

한 번 가면 결국엔 다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기묘한 인력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섬, 해무도. 오래전 해무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애써 외면한 채 도망치듯 섬을 빠져나왔던 주인공은 스승의 부고 소식을 듣고 20년 만에 다시 해무도로 향한다. 오랜 세월을 돌아 방문한 섬이지만 기억에서 지워냈던 찝찝함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와중에, 죽은 시체의 목이 잘려 사라지는 등 20년 전과 같이 기괴한 일이 연달아 발생한다. 이 때문에 섬사람들은 묵은 원한의 저주로 ‘다시 한 번’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혼란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해무도』는 사건의 배경이 되는 주변 요소들을 착실히 정돈해가며 사건에 서서히 접근하는 신중한 기교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먼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섬에 대한 묘사는 독자의 주의를 단번에 사로잡는다. 음산한 바람과 한 치 앞의 시야도 내주지 않는 시뿌연 바다 안개처럼, 음울한 신비로 가득한 해무도의 풍광 묘사에 작가는 세밀한 공력을 기울인다.

섬의 풍광을 장악하고 각인시킨 후에는, 큰 갈래의 이야기 안에 여러 괴담과 마을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미신들을 꼼꼼하게 재배치함으로써 토속적인 한국 기담이 주는 이야기 자체의 매력을 풍부하게 다져놓는다.

마지막으로 섬과 한옥이라는 밀폐된 공간성이 부각되며, 마을 사람들의 미신과 두려움을 상대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한 판의 짜릿한 추리극이 비로소 시작된다. 전문 경찰이나 탐정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섬을 다시 찾은 주인공이 사건의 전말을 풀어내는 데 본격 개입함으로써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다.

무지와 몽매의 환각에서 한 가닥 진실을 분별해내는 과정이 자못 흥미롭기에, 『해무도』는 아직 연재 초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부터 다시 주목해야 마땅하다. 한국적 기담의 장점을 전면에 내세워 승부하는 보기 드문 추리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