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차 편집부 추천작

광신적 믿음으로부터 피어오른 환상과 공포

선배의 초대로 시골의 한 별장을 찾아가던 ‘미라’는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가던 중 길을 잃게 된다. 갑자기 사위가 어둑해지며 굵은 비가 퍼붓기 시작하더니 내비게이션이고 휴대폰이고 모두 먹통이 되어 버리고, 설상가상으로 막다른 길에 도달해 아찔한 도로에서 차를 돌리던 중 우비를 입은 한 남자와 마주친다. 남자에게 길을 물으려 따라가던 미라는 시야에 들어온 2층짜리 전원주택을 발견하고 잘 찾아왔다며 안도하는데, 막상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 집에서 그녀는 선배가 아닌 우비를 입은 남자와 다시 대면하게 된다.

끔찍한 첫 장면으로 시작하는 「헤븐」은 낯설고 불안한 상황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생생한 공포심을 환상의 서사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기억하는 사건들의 파편과 시간적 흐름이 온통 뒤섞인 가운데, 광신적인 믿음이 극단으로 치닫는 과정을 여러 사건으로 분할함으로써 모호한 환상성과 공포심을 더한다. 광포한 종교적 믿음은 장르적으로 이미 많이 다뤄진 소재지만, 알 수 없는 이상 현상이 암시하는 전조들과 소름 끼치는 우연의 반복이 만들어 낸 단서들로부터 시작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결말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작가가 시도한 변주는 인상적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