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

2017년 7월 셋째 주 편집부 추천작

미지의 존재에 대한 제의적 공포를 다룬 수작

오래 전 낚시터에서 잘린 오른손 검지가 어느 날 갑자기 집 안에서 발견된다면? 인적 드문 소류지에서 사투 끝에 낚아 올린 물고기에게 손가락을 뜯긴 뒤, 의지(義肢)를 끼고 지냈던 ‘종권’은 2년 만에 이런 낯선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붙을까 싶어 갖다 대었던 손가락은 지독한 통증과 함께 살덩어리가 엉기며 재생되었고, 그날부터 종권은 검은 물 속에서 어른거리는 기괴한 물체가 나오는 기묘한 꿈을 꾸게 된다.

다음 날 절친한 직장 동기에게 사건의 전말을 털어 놓자 그는 황당해하는 것도 잠시, 이전에 인터넷에서 읽은 소설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동기가 알려준 소설을 읽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종권은 블로거에게 메일을 보내 자신도 같은 일을 경험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자 블로거는 이 모든 내용은 허구가 아니라며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즉답을 보내오고, 뭔가를 알아내게 될지도 모르니 사고를 당했던 소류지에 다시 한 번 가보자고 제안하는데….

「낚시터」는 손가락을 잃었다가 되찾은 다수공통의 경험담을 기반으로 읽는 내내 흥미를 자극하며 저변에 깔린 묵직한 세계관을 점차 확장시켜 나가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사고를 당한 순간부터 일어나는 연속적 사건을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로는 도저히 능가할 수 없는 우주적 공포를 매끄럽게 형상화하였으며, 미지의 신적 존재에 대한 제의(祭儀)적 설정은 참신한 재미를 더한다. 돌연 새로운 운명에 휩싸이게 된 인물의 자타의적 변화를 그려내는 결말과 반전 또한 인상적이며, 한국적 공간을 배경으로 이국적 공포를 다루는 작가의 통제력이 시종일관 빛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