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동창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두 남자는 학창 시절을 떠올린다. 평범한 추억을 나누듯 십 대 시절의 치기 어린 행동을 이야기하지만, 간경화로 죽은 학생 주임과 자궁암으로 죽은 옛 여자 친구에 대한 대화로 두 사람은 점점 날이 선다. 그리고 추악한 과거와 예상치 못한 비밀이 드러나는데…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놋쇠 황소’는 고대 그리스 시실리 섬의 폭군 팔라리스가 장인을 시켜 놋쇠로 만든 고문 도구다. 속이 텅 빈 놋쇠 황소 안에 희생자를 넣고 불을 지피면 놋쇠 황소의 입에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희생자의 비명이 황소의 울음소리로 변형되어 울려 퍼진다. 대화문으로만 구성된 이야기는 놋쇠 황소 안에 넣어진 희생자의 울음소리를 문자화하여 참담한 결말로 치닫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흡인력으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