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기러기 아빠로 외로이 지내던 나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다. 일 년 만에 해외에서 돌아오는 아내와 딸은 어찌된 일인지 연락이 되지 않고, 이사한 집에서는 화장실 배수관을 통해 이웃 부부가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가정 폭력이 의심되는 위층 집의 여자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내게 도움을 청하고, 여자를 도우러 간 나는 기억 속에 하루가 사라졌다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해외 집주인에게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그날 밤, 나는 배수관을 통해 위층 남자가 여자를 살해하는 상황을 듣게 된다.
「배수관은 알고 있다」는 화장실 배수관을 통해 이웃집의 소리가 들려온다는 설정이 있을 법하여 흥미를 끄는 공포 단편이다. 작가는 하루만큼의 기억이 없는 화자의 상황과 우연히 들은 이웃집 살인 사건을 절묘하게 배치하여 공포를 극대화한다. 그뿐만 아니라 화자의 망각과 극단적 행동의 기저에 깔린 지독한 외로움은 사건의 진상과 함께 드러나며 비애를 더한다. 이웃집과 화자의 위태로운 결혼 생활이 예정된 비극을 암시하지만, 배수관의 기이한 현상이 재차의 비극을 저지하며 결말까지 긴장감 넘치게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