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천사 같은 여자의 뒤에 켜켜이 쌓인 비밀

중풍으로 거동조차 못하는 아버지, 치매에 걸린 어머니, 아래로는 변변한 직업도 없는 두 동생까지 달려 있어 마흔이 될 때까지 결혼도 못하고 있던 형이 한 여자를 데려온다. 예쁘장한 얼굴에 다소곳한 태도, 오래 장애인 봉사를 했다며 침착하게 어머니 수발을 들고 지저분한 환경에도 눈살 한번 찌푸리지 않는 그녀의 이름은 ‘은혜’. 그녀는 심지어 결혼식도 생략하고 혼인신고만 한 채 집에 들어와 시부모를 돌보고 집안일을 해치운다. 동네사람 모두 그녀를 칭찬하지만, 동생들은 기묘한 의심을 감출 수가 없다. 헌신적인 그녀의 태도에 의혹이 가라앉던 것도 잠시, 점차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실제로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은혜」는 겉으로는 모두가 칭찬할 만한 천사 같은 여자 ‘은혜’가 감추고 있는 비밀을 하나씩 벗겨 가는 호러 스릴러물이다. 희한하게 흰자위가 드러나도록 눈동자를 돌리는 형수, 술만 마시면 밤마다 소리를 지르는 주사가 생긴 큰 형, 갑자기 죽어 버린 강아지,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그녀의 과거사……. 『흉가』, 『분신사바』, 『이프』, 『모녀귀』 등 많은 호러 장편을 쓴 작가 이종호가 능수능란한 손길로 써내려간 이야기는 긴장감 넘치고, 한 여자가 불러온 한 가족의 비극은 끔찍하기만 하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