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차 편집부 추천작

클리셰로 시작하지만, 그럼에도 기대되는 이유

출근길에 로판 소설을 읽다가 지하철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황제의 스물다섯 번째 정부가 낳은 열두 번째 황녀이자, 소설 전개로 따지면 프롤로그에서 죽을 팔자인 엑스트라에 빙의하게 된 스물여섯 살의 반서정. 그러니까 출근길에 한 번 죽고, 빙의한 소설 속에서는 화재에 휩쓸려 두 번 죽게 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읽었던 원작에 따르면 빙의한 캐릭터에겐 앞으로 딱 두 달 정도의 생존 기한(?)이 남아 있었기에,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노력하는 대신 하루하루 일용할 양식에 만족하며 최대한 빈둥거리는 데에 몰두하기로 한다. 어차피 엑스트라로 죽을 운명, 그동안 나무늘보 노릇이나 하며 편히 쉬겠단 심상이다. 그런데 이 소설, 프롤로그부터 전개가 꼬이기 시작한다.

아직 초반부의 이야기가 진행 중인 「엑스트라는 죽어야만 하는가」는 로판 빙의물의 전형을 착실히 따라가는 작품이다. 장르의 클리셰를 활용해 진입장벽 없이 읽을 수 있는 익숙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도,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설명 길어지는 거 좋아할 사람 없다’며 막힘없는 호흡으로 ‘원작에는 없던 설정’의 변주를 계속 만들어 내며 안정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생존에 대한 미련과 의지조차 내다 버렸던 본체의 사연은 무엇이며 반전을 거듭하는 생존 모험기는 과연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가련한 엑스트라 주인공(!)의 분투기를 응원하며 지켜보자.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