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이라고 해도 좋을 긴 수명 동안 우주를 유랑하며 보내는 종족이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그것도 나무와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면. 땅 밑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고정된’ 이미지로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 존재를, 뿌리로 별 사이를 밟으며 자유로이 움직이는 ‘여행자’로 바꾸는 전복적 상상으로 경이감을 주는 작품이다. 더욱이 그 외계의 여행자가 자신과 어느 면에서나 대조적인 한 인간을 위해서 들려주는 노래라니, 한번 귀를 기울여 들어 보고 싶지 않은가?
나무의 노래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묻는 너에게
2022년 4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우주에 발을 디디며 유랑하는 여행자의 노래
태곳적부터 우주의 항로를 밟고 주기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 종족이 있다. 5000년 전, 일부 인류는 그들의 눈에는 ‘나무’와 똑 닮은 이 외계 종족의 껍질 사이에 올라타 우주로 진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종족의 터전에 자리를 잡아, 마치 신처럼 영생하며 우주를 떠도는 이들의 발인 ‘뿌리’를 다듬고 돌보는 장제사 역할을 하며 세대를 거듭해 왔다. 화자는 자신에게 ‘므두셀라’라는 이름을 붙여 준 장제사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뿌리로 우주를 밟으며 여행을 다니는 나무라니, 머릿속에 잠깐 이미지를 그려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부푼다. 지구에서는 말의 편자를 갈아주고 발굽을 관리하는 작업인 장제사가 이 장구한 생명을 지닌 종족을 모시는 사제처럼 그려지는(물론 신이 아닌 화자는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지만) 것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짧은 분량에 두 종족의 오랜 역사를 함축한 「나무의 노래」는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묘사들도 탁월하지만, 집단 사고를 하는 화자가 특별한 한 사람을 위해 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깊은 울림을 준다. 유한한 인간의 시각에서 이 여행자들을 본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도 궁금해진다.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