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기계와의 전쟁으로 인류 대부분이 멸망한 시대, 생존 인류는 지하갱도에서 암암리에 생활하며 전복을 노리고 있다. 생존 전쟁이 현실인 탓에 늙고 병약한 음악가인 시미터 교수는 갱도에서 은근히 무시를 당해 왔는데, 어느 날 갱도의 수장이 그를 호출해 뜻밖의 요청을 해 온다. 기계들의 명령 체계가 음악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며 그들의 음악을 듣고 뜻을 해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미터 교수는 지구에 남아있는 최후의 인간까지 말살하려는 목적을 지닌 마더봇의 음악을 듣게 되는데…….
「지구상 나의 마지막 청중」은 치열한 생존 싸움을 벌이게 된 인간과 로봇 사이의 음악을 소재로 한 하지은 작가의 판타지 SF 단편이다. 예술적 재능과 감각에 대해 고찰해 온 전작들의 연장에서 읽기 좋은 깔끔한 소품으로, 인류의 생존 형태를 초월하는 음악의 생명력과 그를 마주하는 어느 음악가의 일대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마침 『언제나 밤인 세계』 출간을 기념한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으니, 작가의 다양한 장기가 드러나는 단편들도 한데 만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